시상식 사상 첫 연기... '인생은 아름다워' 이달 개봉 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파도가 영화계를 삼켰다. 영화 개봉과 시상식 등 여러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영화계가 사실상 올스톱 상황에 들어갔다.
8일 청룡영화상 사무국은 11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제41회 시상식을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사무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영화인들의 안전을 위해 시상식을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연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1990년부터 연말에 개최되며 한국 영화계의 한 해를 결산해왔다.
개봉 연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제작사 더 램프와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달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개봉을 코로나19 급속 확산에 따라 연기한다고 이날 밝혔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말까지 실시돼 연내 개봉은 힘든 상황”이라며 “향후 개봉 시기조차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2.5단계가 이날 실시되면서 수도권 극장들은 3주 동안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앞서 7일엔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이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서복’과 ‘인생은 아름다워’가 연내 개봉을 포기하면서 이달 선을 보이는 한국 상업영화는 유연석 유인나 등이 주연한 ‘새해전야’ 한 편뿐이다. 극장가 연말은 충무로 대작 2,3편이 격돌하던 성수기지만 올해는 대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됐다.
해외 영화들의 언론시사회 취소와 개봉 연기 소식도 잇달았다. 독일 영화 ‘걸’은 17일 예정이었던 개봉일을 연기한다고 7일 알렸다. ‘걸’은 8일 예정됐던 언론시사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로버트 드니로와 우마 서먼이 출연한 미국 영화 ‘워 위드 그랜파’는 이달 개봉을 포기하고 내년 1월로 공개 시기를 넘겼다. ‘워 위드 그랜파’는 14일 예정이었던 언론시사회를 취소했다.
25일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소울’ 역시 9일 열려 했던 언론시사회를 취소했다.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더우먼 1984’는 아직 언론시사회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원더우먼 1984’의 관계자는 “아이맥스관에서 시사를 해야 해서 일정 잡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2.5단계에선 시사회 참석 인원을 분산해야 하는데, 아이맥스관을 두 곳 이상 둔 극장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소울’과 ‘원더우먼 1984’의 개봉은 미국 일정에 맞춰 예정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소울’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만 선보이고, ‘원더우먼 1984’는 OTT HBO맥스와 극장 동시 공개다. 미국 영화시장의 양대 축인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극장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폐쇄된 상황이라 ‘원더우먼 1984’는 사실상 온라인 개봉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 극장 관객수는 이미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날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전국 관객수는 2만4,014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달 30일(5만3,611명)의 44.7%에 불과했다.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영화 개봉 연기가 잇따르면서 관객수 감소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오후 9시까지 영업은 사실상 개점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관객을 모으기 위해) 극장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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