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죄송하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나온 '첫 사과'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건 이례적이다. "죄송하다"는 표현의 수위도 높다.
추미애ㆍ윤석열 사태의 장기화로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검찰 개혁 명분마저 상실하는 듯하자 문 대통령이 다소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남아 있는 가장 큰 숙제"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국회 처리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여당에 거듭 요구했다.
文 "혼란한 정국… 대통령으로서 죄송"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가리킨다.
'유감스럽다' '안타깝다'고 하는 대신 문 대통령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참모진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적시해 추미애ㆍ윤석열 갈등의 '최종'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마지막 진통"… 검찰개혁 완수 의지 표명
문 대통령은 사과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지만, 추미애·윤석열 사태로 그 의미와 진정성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 혁명'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마지막 숙제를 풀어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남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해 검찰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반드시 이뤄달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 시한을 이달 9일로 못박았다.
秋 강경 조치 2주만에...민심 달래질까
문 대통령의 사과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ㆍ징계처분을 발표한 지 13일이 지나고 나왔다. 그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다'며 선을 그어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크고 작은 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문 대통령은 소란스러운 정국에 침묵으로 한 동안 거리를 뒀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에 태도를 바꿨다. 윤 총장의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주문하는가 하면, 장관 4명을 바꾸는 분위기 쇄신 개각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과는 하락세가 뚜렷한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이달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7.4%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맴도는 현상이 2주간 이어진 것이다.
※자세한 여론결과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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