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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많으면 대출 가능"...금융권, 새 신용평가 모델 속속 도입

입력
2020.12.07 18: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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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에서는 단골들의 '후기'가 소상공인의 신용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에서는 단골들의 '후기'가 소상공인의 신용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중반의 A씨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주방을 이용해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자 A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인 A씨의 금융거래 내역이 많지 않은 데다 공유주방 사업 특성상 자체 점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기존 신용평가 방법으로는 A씨는 '돈을 갚을 수 있는 사업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A씨와 같은 유망한 소상공인에게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대출 사각지대에 놓였던 '씬파일러(Thin Filer·금융 정보가 부족한 고객)'나 초기 사업자들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용후기'로 신용평가...하나은행, 새 모델 도입 준비

올해 4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범준(왼쪽)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올해 4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범준(왼쪽)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금융권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 신용평가 시스템에는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나 재주문율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된다.

하나은행이 올해 4월부터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을 잡고 준비 중인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금융 데이터에 더해 15만 곳에 달하는 배달의민족 등록 업체들이 쌓아온 정보를 신용 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다.

단골이 많거나 긍정적인 후기가 많고, 광고 상품을 이용한 기간이 길면 참고할 만한 재무제표가 없더라도 기존 신용 단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달 초부터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을 잡고 소상공인 대상 대출을 시작한 네이버파이낸셜도 비슷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신용평가사의 금융 데이터에 더해 32만개에 달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단골 비중, 고객 후기, 반품률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기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중 신용평가 1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0만명이었다면,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1.8배 많은 18만명이 최고 등급에 올라 더 싼 이자율로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쇼핑 정보도 신용평가에 활용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 탑승 정보나 카카오커머스 구매 및 환불 횟수 등을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이미 지난해 말부터 모든 대출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내년 중에는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생활 밀착형 데이터를 활용한 또 다른 신용평가 시스템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출범을 준비 중인 토스뱅크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개인 신용평가에도 '성실히 통신비를 납부한 이력'이나 '쇼핑 이력', '사기거래 이력' 등이 활용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롯데멤버스와 손을 잡고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쇼핑 이용 금액과 건수 등을 기반으로 개인 신용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11번가와 제휴를 맺고 유통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신 3사는 아예 자체 신용평가 기관 설립을 준비 중이고, 인터넷거래 사기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더치트'도 비금융 신용평가업 진출을 선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030 세대의 '온라인 무점포 창업' 등 기존 은행권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수요자가 많아졌다"며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점점 다양한 업종 간 협업을 통한 신용평가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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