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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韓범죄자 해방구 된 베트남

입력
2020.12.07 16:30
수정
2020.12.07 17: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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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트남 호찌민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인타운이 위치한 7군 푸미흥. 평일 낮 가장 많이 눈에 띈 무리는 30~40대의 한국 남성들이었다. 자신들이 속한 폭력조직 문신을 한 이들은 식당가 거리에서 거친 말을 경쟁하듯 쏟아냈다. 내용은 전날 밤의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무용담. 최근 몇년 사이 부쩍 증가했다는 한국 조폭 출신들임이 능히 짐작됐다.

한국에서 수배되거나 비자 갱신 기간을 훌쩍 넘긴 이들은 당연히 불법체류자다. 저렇게 대놓고 범죄자임을 드러내는데 베트남 공안과 총영사관 소속 한국 경찰 영사가 모를리 만무하다. 실제 양국 수사기관은 이들의 조직 계보와 웬만한 정보는 파악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왜 체포되지 않을까.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치 않다. 통상이라면 경찰 영사가 수사정보를 제공하고 공안이 이들을 검거해 구치소에 수감시킨다. 이후 한국 경찰이 베트남으로 입국하고 범죄자들은 송환돼 추가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그러나 항공편이 끊긴지 10개월이 된 현재, 2주간 격리기간을 고려하면 베트남 형사법이 명시한 외국인범죄자 체포 구금일수 9일 안에 이들을 귀국시키는 건 사실상 어렵다.

잡아도 풀어줘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베트남은 한국인 범죄자들의 해방구가 아닌 선량한 20만 교민들의 터전인 이유에서다. 양국 수사당국과 외교부는 9월 호찌민에서 검거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A씨의 체포와 송환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시스템 구축 노력이 있다면, 잡범들이라 하더라도 체포해 한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인력 증원 역시 한국 경찰과 외교부의 의지 문제다. 11만 교민이 모인 호찌민에 배정된 2명의 경찰 영사는 퇴근 시간이 없다. 밤 사이 쉬지 않고 울리는 사건사고 전화로 숙면과 이별한지도 오래다. 야간 형사사건 전화 접수 인력(현지 행정원)도 2명뿐이다. 맞교대로 야간당직을 서니 두 영사들이 낮시간 행정 조력을 받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타국에서의 밤은 고국보다 어둡고 무겁다. 불안이 잠식한 코로나19 시대 교민들의 기본적 안전부터 챙기는 것은 신남방정책 활성화보다 우선하는 가치임을 잊어선 안 된다.

호찌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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