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출범 이후 3번째 대국민 사과?
당내 반발에 "반대가 나올 수 있나" 일축
‘광주 무릎 사과’가 재현될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짜(2016년 12월 9일)에 맞춰 ‘대국민 사과’를 준비 중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오가 사과 대상이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선고가 나오면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시점을 앞당겼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정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정당이 제 손으로 일군 정권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은 자칫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다. 당내 분위기가 싸한 이유다. 노련한 정치 승부사인 김 위원장은 그러나 돌아보지 않을 태세다. '중도층 마음 잡기'가 최우선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국면마다 나오는 김종인 표 대국민 사과
김 위원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전적으로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다. 정부 부동산 실책과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문재인 정부를 떠난 민심이 국민의힘에 안착하지 않는 건 국민의힘이 탄핵 사태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비치는 것이 중도층의 국민의힘 선택을 막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6일 “‘문재인 정권에 실망했어'는 목소리가 ‘대안은 국민의힘이야’로 이어지지 않는 게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세 번째가 된다. 4ㆍ15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두고 당내 국회의원 후보들이 ‘세월호 유가족 비하’ 등 망언 논란에 휩싸이자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한 점 정말 죄송스럽다”고 한 게 첫번째 사과였다. 총선 참패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자,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중도 잡기에 들어갔다. 정강 정책 좌클릭, 당명 교체와 함께 주목 받은 게 ‘광주 무릎 사과’였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지난 8월 김 위원장은 광주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참배했다. 유대인 학살을 사죄한 빌리브란트 전 서독 총리를 연상시키는 비장한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쇼'라고 폄하했지만, 여론은 움직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지율은 11.9%(4월 3주)에서 17.5%(8월 3주)까지 올랐고, 호남 인구 비율이 높은 서울 지지율도 조금씩 상승했다.
서울시장 선거 ‘올인’… 당내 반발 ‘일축’
세 번째 사과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당 내에선 “박 전 대통령에게 덮어씌운 온갖 억지와 모함을 걷어내고 정상적인 법과 원칙에 따른 재평가 후에 공과를 논해도 늦지 않다”(친박근혜계 서병수 의원) 등 반발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일축했다. 6일 취재진 앞에서 김 위원장은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느냐"는 취지로 되물었다. 그러면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건 그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 일정상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9일을 놓치지 말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내년 보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8일), 정기국회 종료(9일) 등이 지나면 모든 정치 이슈가 서울시장 선거로 집중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10일) 결과에 따라 정권 심판론이 가열될 수도 있는 만큼, '때'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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