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변창흠(55)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패전 위기에 몰린 난적 부동산과의 경기에 선발투수(김현미 장관)를 대신해 등판하는 구원투수 격이다. 추가 실점할 경우, 자칫 경기(정권)마저 내줄 수 있기에 청와대는 물론, 여론도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오죽하면 저를 불렀겠나"
변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발표 직후 통화에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오죽하면 저를 불렀겠나 싶다”며 우선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쨌든 (주거) 문제를 풀어야 하고 현장에서 작동되는 정책을 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명 배경을 풀이했다.
그는 스스로를 “주택공급, 개발사업, 지역 균형발전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계속 관심을 가졌고,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이 어떤 게 있는지 찾으려고 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똑똑한 분들이 많으니 아이디어를 모으면 할 일은 정말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 출신인 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와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2014~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내 '박원순 인맥'으로도 분류된다.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19년 4월 LH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주택정책 문 정부가 가장 낫다"… 큰 기조 변화는 없을듯
변 후보자 체제에서 국토부는 그간의 정책기조에서 큰 변화 없이, 집값 안정을 위해 최근 발표한 공급확대 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는 현 LH 사장으로 공공전세를 새로 도입하고 공실 임대주택이나 호텔을 전세로 공급하는 등의 정부 전세대책을 주도적으로 실행해 왔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을 비교하면 이 정부가 가장 낫다”며 “성적으로 보면 중상 정도는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아파트 아닌 호텔, 빌라 등 공급 대책으로 전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저렴한 주택을 최대한 공급하려는 공공 부문의 노력을 비하하는 건 모욕”이라고 불쾌해 하기도 했다.
다만 집값 폭등을 야기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재고할 여지도 남겼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부동산 해결 방안으로) 아직 구상한 건 없다”면서도 “우리가 새로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인지는 한번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변 후보자가 정부 부동산정책의 큰 줄기는 건드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의 전세난 해법은 공급을 더 강화하거나 촉진하는 정공법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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