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부스럭 소리 방해될라" 격리시험 감독관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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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부스럭 소리 방해될라" 격리시험 감독관도 전전긍긍

입력
2020.12.04 17:52
수정
2020.12.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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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수험생 456명, 수능 어떻게 치렀나
"단 둘이서 시험... 하루 종일 있다보니 정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격리 시험장인 서울 용산구 오산고에 시험이 끝난 자가격리 수험생을 태울 구급차가 도착했다. 박재연 기자

고3 수험생 권모(18)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정확히 2주 앞두고 난데없이 자가격리자가 됐다. 충청 지역 한 대학에 수시 면접을 보러가기 위해 KTX를 탔는데, 바로 옆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탔기 때문이다.

권군은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수능 당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시험이 코앞인데 학원을 갈 수도, 독서실을 찾을 수도 없었다.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자가격리는 계속 해야 했다. 결국 권군은 3일 서울 용산구 자가격리자 시험장에서 격리 상태로 수능을 치렀다. 권군은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며 마지막 2주 동안 외롭게 혼자서 버텨야 했던 때를 떠올렸다.

2021학년도 수능 응시자 42만여명 중, 456명이 권군처럼 일반 시험장과 떨어진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 시험장에 올 때도 자가용, 구급차, 방역택시를 이용해야 했고, 시험장을 나갈 때도 한 명씩 차례로 별도 교통 수단을 이용해 자가격리 장소로 돌아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부산 진구 소재 고사장으로 이송시킨 구급차에 수험생을 위한 응원 메시지가 붙어있다. 소방청 제공

권군이 시험을 치른 교실에는 권군 말고도 자가격리 수험생이 한 사람 더 있었다고 한다. 권군은 “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 학생 상태를 알지 못해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이 잠시 우려되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단 둘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시험을 보다 보니 나중엔 정이 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방역이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낯선 환경에서 일생일대의 거사를 치르는 수험생을 바라보는 감독관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서울 시내 중학교에 재직 중인 임모(36) 교사는 격리 수험장에 배정돼, 1명이 시험을 치르는 교실에서 수학 시험 감독을 맡았다. 임 교사는 “이런 시기에 시험을 보는 학생을 보니 마음이 많이 쓰였다”며 “안타깝긴 했지만 학생이 되레 씩씩하게 시험을 잘 치러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버티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임 교사는 답답했음에도 혹시나 수험생들이 불편해 할까 움직임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한다. 임 교사는 "방호복을 입으니 습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움직일 때마다 나는 부스럭 소리가 너무 컸다"며 "최대한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조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관들의 배려는 수험생에게도 전해졌다. 권군은 "방호복 소리가 생각보다 컸지만, 선생님들이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니 금방 이해가 됐다"고 했다.

방역·교육 당국의 사전 준비와 감독관·수험생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사상 초유의 '격리 수능'은 별다른 특이상황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대학별 시험에서도 자가격리자들의 응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자가격리 수험생을 수용할 별도 시험장을 전국 8개 권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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