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율도 고전
대선주자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시련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을 받던 민주당 대표 비서실 소속 이모(54) 부실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검찰과의 전쟁, 부동산 정책 실패 수습으로 여력이 없는 이 대표로서는 ‘측근의 석연치 않은 사망’이라는 의구심까지 떠안게 됐다. 6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 이 대표가 이 고비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측근 사망, 검은 양복 입은 이낙연
이 대표는 4일 이 부실장의 사망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이 대표는 “슬픔을 누를 길 없다. 유가족들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애통해 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검은색 양복을 입었고, 발언 때는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회의 직후엔 곧바로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마련된 이 부실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이 부실장은 이 대표를 10년 넘게 보좌한 최측근이다. 2014년 민주당 전남지사 선거 경선 때 후보였던 이 대표 캠프의 당비 대납 사건에 연루돼 1년 2개월 실형을 받았다. 출소 직후 전남지사였던 이 대표의 정무특보에 기용돼 논란이 됐지만 그만큼 측근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 대표 선거캠프의 복합기 임대료를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으로부터 지원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이 부실장은 이 대표가 지역구 의원일 때부터 가까이 하면서 믿고 아끼는 사람”이라며 “과거 수사를 받은 경험도 있다 보니, 수사 자체에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이 대표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기 100일 앞두고 리더십 타격
이 부실장의 사망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측은 그간 76만원 상당의 옵티머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에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추가 의혹이 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옵티머스가 이 대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부실장에 접근했다는 의구심도 말끔하게 해소하기 어렵게 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이기도 한 민주당과 검찰은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국민이 납득하도록 내용과 절차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 측은 난감한 분위기다. 이 대표는 애초 민주당 대표에 올라 리더십을 발휘, 차기 대선가도에 안정적으로 오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으며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검찰과의 전쟁, 부동산 정책 실패, 측근 사망 등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당초 이 대표가 구상하는 행보가 흐트러졌다.
지지율 최저치 하락, 돌파력 발휘하나
설상가상으로 지지율도 하락세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16%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올해 최저치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0%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당 지지율까지 최근 동반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집권당 대표인 이 대표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남은 100일간의 대표 임기 동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을 보여줄 지 관심이 집중된다. 5선 의원에 전남지사,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 대표의 저력을 보여준다면 흔들리는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오히려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말 민생ㆍ개혁입법에 성과를 내고 검찰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면 이 대표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여기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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