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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일출, 그리고 영도 바다

입력
2020.12.0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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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 남은 붉은 기운과 꼿꼿한 해송들이 반영된 영도구청 건물 유리창 옆을 지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있으니 갑자기 세월의 무게감을 느낀다.

어슴푸레 남은 붉은 기운과 꼿꼿한 해송들이 반영된 영도구청 건물 유리창 옆을 지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있으니 갑자기 세월의 무게감을 느낀다.


지난주 일출을 보기 위해 부산 영도구청 옆 산책길을 찾았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이 나와 아직 어둠이 깔린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잠시 후 바다 위로 붉은색이 번지더니 불덩이 같은 태양이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붉었던 해가 맨눈으로 보기에 아플 정도로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일출의 감동을 간직한 채 자리를 뜨려는 순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 창문에 눈길이 갔다. 어슴푸레 남은 붉은 기운과 꼿꼿한 해송들, 그리고 때마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한 장면에 담겼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읽었던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자신의 배보다 큰 청새치와의 사투, 잡은 청새치를 물어뜯으려는 상어와의 싸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청새치를 항구로 끌고 가는 노인….

그 소설 속 노인과 지금 내 눈앞에 걸어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겹치면서 가족을 위해 온갖 고난을 헤치고 살아왔을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올해도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고 때이른 새해인사를 건넸다.

부산 영도구청 산책길에서 바라본 여명이 밝아오는 오륙도의 모습

부산 영도구청 산책길에서 바라본 여명이 밝아오는 오륙도의 모습


여명이 밝아오는 바다를 거침없이 헤쳐가는 화물선의 모습이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

여명이 밝아오는 바다를 거침없이 헤쳐가는 화물선의 모습이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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