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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는 친미였나 반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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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는 친미였나 반미였나

입력
2020.12.04 18:30
수정
2020.12.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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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된 핵과학자 파크리자데 對美 행적
아전인수 식 기억 해석으로 보혁간 알력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각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TV 방송 성명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비난을 가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각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TV 방송 성명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비난을 가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차기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란 내 보수ㆍ개혁 세력 간 내홍이 커지는 양상이다. 얼마 전 테러로 암살된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센 파크리자데의 생전 대미(對美) 행적을 각자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뒤 그에 대한 기억을 대미 외교 방향 설정과 관련해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이란 내 개혁파와 보수파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사후(死後) 지지를 파크리자데로부터 받고 싶다는 게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 측 열망이다. 파크리자데가 로하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오래된 사진을 1일 공개한 건 그런 속내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사진 속 장면은 고인을 2015년 미국 등과의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도운 대미 유화파로 기억하게 만든다.

보수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파크리자데의 목소리를 같은 날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올해 녹음된 것 같은 그 음성 내용은 “미국과는 타협할 수 없다”였다. 파크리자데도 자기들처럼 강경파라는 인상을 주려 한 것이다.

실제 파크리자데의 죽음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란 정치권은 확연하게 분열하는 형국이다. 파크리자데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 기관 모사드를 지목하며 복수하겠다고 경고하고는 있지만 해당 사건이 대미 악재가 되지는 않게끔 최대한 자제하는 기색이 이란 개혁파 정부에 역력하다.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의 발언이 증거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과 유럽이 핵 합의를 준수할 경우 이란도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서로 대가를 치르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강경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의 태도는 정반대다. 분노 피력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상원격인 헌법수호위원회는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로 상향하는 법안을 2일 최종 가결했다. “정부는 이 법안에 동의하지 않고 이 법안이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에 해를 끼친다고 본다”는 1일 로하니 대통령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법에는 JCPOA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이 2개월 안에 원유와 금융 거래를 재개하지 않으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JCPOA는 위기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과 등을 돌린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5년 핵 활동 제한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맞바꾸는 JCPOA를 체결함으로써 대미 관계를 크게 개선했다. 당시 이란 측 주역이 로하니 대통령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8년 해당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대이란 제재를 재개했고 이란은 3.67% 이하로 제한하기로 약속한 우라늄 농축 수준을 현재 4.5%까지 높인 상태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더 높이면 아무리 로하니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에게 관계 개선 의지가 있어도 핵 협상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알리 레자 에슈라기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중동ㆍ이슬람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WP에 “파크리자데에 대한 정파적인 주장들을 이란 개혁파ㆍ보수파가 서로 곤봉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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