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국 백신 확보 이어 미국도 추진
한국과 공동 개발에 자체 백신 개발도
경제 살리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
인도네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위해 총력 외교에 나섰다. 장관들이 중국, 영국,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백신을 확보하는가 하면 한국과의 공동 임상시험, 자체 백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확보한 물량이 인도네시아 인구(2억7,000만명)보다 많다.
4일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현재 중국과 영국으로부터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각 2억1,310만개, 1억개로 3억개가 넘는다. 다만 중국의 칸시노바이오로직스 백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두 번 접종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1억5,535만회 분량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집단 면역을 위해 1억6,000만회 분량이 필요하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필요 물량을 거의 다 채운 셈이다. 미국과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백신 확보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7월부터 백신 확보에 열을 올렸다. 중국 및 한국 업체와 백신 공동 개발에 나서며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강행했다. "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주장들이 난무했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임상 3차 실험실을 방문하는 등 힘을 실었다. 임상시험이 진행된 서부자바주(州)의 리드완 카밀 주지사는 직접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10월엔 중국을 방문한 테라완 아구스 푸르란토 보건부 장관 등이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바이오로직스 3개 제약회사 대표를 만나 백신을 확보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시노백은 1억2,800만개(6,400만명분), 시노팜은 6,500만개(3,250만명분), 칸시노는 2,010만개(2,100만명분)의 백신 공급을 약속했다. 며칠 뒤 영국을 방문한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부 장관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만나 1억개(5,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지난달엔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화이자, 존슨앤존슨과 백신 협력을 논의했다. 루훗 장관은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신 협력이 답보 상태인 러시아는 오히려 인도네시아에 자국 백신을 사달라고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는 한국 업체와도 백신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 생산 및 2022년 유통 목표로 '메라푸티(인도네시아 국기 상징)'라는 자체 백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회에서 지나친 중국 백신 의존을 문제 삼자 수입선 다변화, 공동 생산, 자국 백신 개발 등으로 백신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백신 우선 정책은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인구 2억명 이상 인구대국 중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3월 공식 발병 이후 한번도 추세가 꺾이지 않았을 만큼 상승세다. 병실, 격리시설, 의료진 및 의료설비, 심지어 묘지 부족도 심각하다. 전날엔 신규 확진자가 일일 최다인 8,000명을 넘어서며 누적 55만7,877명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경제 때문에 봉쇄보다는 느슨한 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신 접종 우선 순위 역시 의료진 다음으로 18~59세 생산직을 염두에 둘 정도다. 백신이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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