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은 자신을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우울증을 ‘블랙독(Black dog)’이라 불렀다. 처칠처럼, 누군가에게 우울은 평생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 인생의 난관에서 습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민의 40.7%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사회 분위기, 길어지는 고립과 단절로 인한 코로나 블루(우울)를 경험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정신을 돌보는 것은 몸의 건강을 돌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돌봄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때론 비슷한 시기와 감정을 통과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위안이 된다.
스칼릿 커티스의 ‘우울할 때 곁에 두고 읽는 책’은 속 깊은 친구처럼 찾아와 세심하고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던 커티스가 각 분야의 명사 70여명에게 “마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진 뒤 들은 응답들을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서 심리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국 뮤지션 샘 스미스는 ‘내게 모든 것을 바라기 전에’라는 제목의 시에서 “어제 나는 무대를 뒤로하고 떠났지/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지/모든 일정을 취소해버리고 바다를 건너서 집으로 향했지”라며 최근 밝힌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나도 너처럼/제대로 미쳤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을 이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울할 때 곁에 두고 읽는 책
- 스칼릿 커티스 외 지음
- 최은경 옮김
- 윌북 발행
- 400쪽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대너리스 역할로 유명한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는 한창 인기를 얻을 당시 급작스럽게 찾아온 뇌출혈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겪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목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두 차례의 뇌출혈을 겪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만 했으며,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질 것만 같고, 나의 망가진 뇌가 만천하에 공개” 될까봐 늘 전전긍긍 했다고 털어놓는다.
슈퍼모델 나오미캠벨은 “도움을 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용기를 건네고, 전직 의사이자 작가인 애덤 케이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거나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고 위로한다.
책에 실린 명사들은 직업도, 우울을 경험한 계기도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다독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 돌봄이 필요한 순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 느껴진다면 이 책을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자.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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