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끈 독일의 생명공학회사 바이오엔테크(BioNTech) 뒤에는 결혼식 당일에도 일에 몰두했던 터키계 이민 2세 과학자 부부의 집념이 있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30년간 암 치료 연구에 전념해오던 우구르 사힌(55)과 외즐렘 튀레지(53) 바이오엔테크 창업자를 집중 조명했다.
부부인 두 사람은 1960년대 터키에서 독일로 건너 온 이주 노동자 가정 자녀다. 사힌은 터키에서 태어나 4세에 독일로 이주했고, 튀레지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의대를 졸업한 뒤 연구원으로 일하던 두 사람은 2002년 독일 홈부르크 자를란트대학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이 커플이 실험실에서 실험복을 입고 결혼하고, 점심시간에 등기소에 가서 혼인신고를 한 뒤 곧바로 연구실에 돌아와 연구를 재개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번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이들이 과거 암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해 온 ‘메신저 리보핵산(mRNAㆍ전령RNA)’ 방식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젊은 의사 시절 사힌과 튀레지는 암 환자들을 치료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튀레지는 WSJ에 “우리는 표준 항암 치료만으로는 곧 환자들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암 연구에 매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이 코로나19 백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럽에 바이러스가 상륙하기 전인 올해 1월이었다. 사힌은 당시 코로나19에 관련 논문을 읽고 이 질환이 전 세계에 확산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WSJ에 밝혔다. 그는 곧바로 집 컴퓨터로 코로나19 침투를 막을 백신 디자인을 연구했다. 당시 고안한 10가지 백신 견본 중에는 이번에 영국 당국 승인을 받은 ‘BNT162B2’ 백신도 포함돼 있다.
이후 부부는 올해 2월부터 회사에 주 7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핵심 인력에는 휴가 취소를 요구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고, 2018년부터 독감 백신 관련 협력해 오던 미국의 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파트너를 맺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승인으로 화이자 뿐 아니라 바이오앤테크 역시 ‘돈 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백신이 두 회사에 130억달러(약 14조3,130억원)의 매출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힌은 수익금을 모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mRNA 방식 등 신기술을 이용해 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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