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속 조용히 치러진 수능
수능 당일 코로나 증상 수험생 160명 별도시험실로
"전반적 방역 철저했으나 퇴실 안내 없어 아쉬워"
일부 대학 자가격리자에 응시 기회 없어 주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상황에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풍경은 낯설었다. 매년 울려퍼지던 응원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사장 앞은 마스크를 쓴 수험생과 방역 당국의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 앞으로 선배들을 응원하러 나온 관악고 2학년 김민기(17)군은 “원래 다 같이 응원하는 게 태권도부 전통”이라며 “올해는 시끄럽게 응원은 못 하지만 그래도 선배들을 배웅하러 왔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선 입실에 앞서 체온 측정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진행되면서 예년보다 30분 당겨진 오전 6시 30분부터 시험장 문이 열렸다.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고 교문 안으로 들어서던 수험생 이상은(18)양은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보려니 심리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고, 아들을 들여보낸 뒤 교문 앞을 서성이던 어머니 김모(49)씨는 “2주 뒤에 대학 수시 1차 면접이 있는데, 혹시라도 (고사장에) 확진자가 나와서 자가격리될까 너무 불안하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일반시험장에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별도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모두 160명이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해 마련된 전국 759곳의 별도시험장에서도 수험생들은 구급차나 방역택시, 자가용을 이용해 속속 도착했다. 별도시험장인 서울 용산구 신광여고에는 오전 6시 30분 구급차를 타고 온 수험생이 마스크는 물론 얼굴가리개까지 착용하고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자가격리 대상 수험생이 입실 종료 시간 4분여를 남기고 다급하게 도착하기도 했다. 자가격리자들은 한 반에 2~4명씩 배치돼 시험을 봤고, 방호복을 입은 2명의 감독관이 이들을 감독했다. 시험을 마치고도 한 명씩 구급차 등 별도 차량으로 귀가했다. 이날 456명의 자가격리자가 별도시험장에서 수능을 봤다.
코로나19 확진 수험생 41명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을 치렀다. 인천에서는 고3 수험생이 3일 오전 0시쯤 양성 판정을 받고 오전 2시쯤 인천의료원으로 긴급 이송돼 이곳에 마련된 임시 고사장에서 수능을 보기도 했다. 교육부는 2일 총 414명의 수험생 진단검사에서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시도교육청 등에서 시험장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약 8시간의 시험이 종료된 후 교문을 나선 수험생들은 달라진 환경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이진혁(19)군은 “책상 앞 가림막이 어색했지만, 워낙 준비를 많이 해 마스크가 불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수험생 김시형(24)씨는 “예체능 계열 수험생은 보통 점심시간에 운동을 했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환기를 자주 하다 보니 난방기를 강하게 틀어서 오히려 더울 정도였다”고 했다. 임휘승(19)군은 “시험장 내부 방역은 잘 지켜졌는데, 순차적으로 퇴실하라는 안내가 없어 우르르 나온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입시 풍경은 대학별 고사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건국대(5일)와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5∼6일), 경희대(5∼7일)가 논술 고사를 진행한다. 대학별 면접·논술고사는 비대면 형식이 아니라면 코로나19 확진자 응시가 제한된다. 교육부는 자가격리자가 최대한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으나, 일부 대학은 자가격리자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지 않기에 수험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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