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봉사 발언’ 법무부 징계 근거는 ‘반기문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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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봉사 발언’ 법무부 징계 근거는 ‘반기문 닮은꼴’

입력
2020.12.04 04:30
수정
2020.12.0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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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립 위반 근거로 반기문 사례 제시
반, 대선출마 선언 전 "나라에 봉사 고민"
"발언 비슷하다고 징계, 논리적 비약" 지적

3일 오전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비교 사례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이 2016년 대선 출마선언 한 달 전에 “내 나라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윤 총장도 향후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언급을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발언 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작성한 윤 총장 징계 기록에는 각각의 혐의가 왜 문제인지 판단한 근거와 논리가 포함돼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 처분을 하겠다면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재판부 불법사찰 등 총 6개의 혐의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에 대해 윤 총장이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이후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발언은 사실상 ‘정치 참여 선언’으로 해석됐는데, 그 이후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계속 거론되는데도 정치적 중립 불신을 해소하려는 적극적·능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윤 총장 발언을 이 같이 해석한 근거를 징계 기록에 남겼다. 바로 ‘반기문 전 총장의 언급과 이후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말인 2016년 11월 말 “내 나라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 달 후쯤 실제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총장 발언도 이와 유사해 사실상 정계 진출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본 것이다.

또, 윤 총장 측에 제공된 법무부 감찰기록에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 100여건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의도에 대해 당사자를 직접 조사한 자료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법리를 검토한 보고서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 방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윤 총장이 그대로 따른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지금 상황이 반 전 총장 때와는 전혀 달라 징계 사유로 삼기엔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은 ‘봉사 발언’을 한 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지 않은 2016년 12월 20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는데, 윤 총장은 임기 중에 아직 대선을 포함한 정치 참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지난 1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는 징계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감찰위원은 “두 사람의 발언이 비슷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추측하는 건 자유지만, 이를 근거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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