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응원·현수막 없이 차분한 분위기
순찰차 이동, 잠옷 입은 지각 수험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상황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능 시험날의 상징과도 같은 선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사라졌고, 수험생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들만 교문 앞을 지킬 뿐이었다.
3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찾은 서울 시내 주요 수능 시험장 앞에서 응원전을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종플루가 창궐하던 2009년 11월 2010학년도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있었던 응원전이 코로나19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사라진 응원 현수막… 코로나에 긴장감 고조
지난해 수험생 소속 학교들 사이에 경쟁적인 응원이 펼쳐졌던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고 앞도 예년과 달리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다. 관악고 태권도부 학생 10여명만이 고사장 앞을 찾아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관악고 2학년 김민기(17)군은 "원래 다 같이 응원하는 게 저희 태권도부의 전통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시끄럽게 응원은 못 하고 선배들을 잘 배웅하러만 나왔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해성여고 앞도 한산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고사장 앞까지 배웅한 일부 학부모들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근처 도로에서 자녀를 내려주고 되돌아갔다. 수험생들도 안내에 따라 교문 밖에서 수험번호별 고사장 위치 등을 확인한 뒤, 말없이 교문으로 들어갔다.
수험생들까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상황에서 수능이 치러진 탓에, 수험생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고3 수험생인 이상은(18)양은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보려니 심리적으로 좀 더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고, 고3 아들을 들여보낸 뒤 30분 동안 교문 앞을 서성이던 어머니 김모(49)씨는 "2주 뒤 수시 1차 면접이 있는데 혹시라도 (고사장에) 확진자가 나와서 자가격리될까봐 너무 불안하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각·고사장 착오… 경찰 출동 620건
이번 수능은 입실 전 체온 측정 절차 등이 진행되면서 예년보다 시험장 문이 일찍 개방됐다. 지난해에는 오전 7시부터 입실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오전 6시 30분부터 입실이 가능해지면서 수험생들은 평소보다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늦잠을 자거나 시험장을 잘못 찾는 바람에 경찰의 도움을 받는 사례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시험장 정문 폐쇄를 20분 앞둔 무렵, 해성여고 교문 앞에서 시험장을 착각한 여학생이 경찰차를 타고 급히 떠났다. 노원구 혜성여고를 가야 하는데, 이름이 비슷한 동대문구 해성여고로 잘못 찾아온 탓이었다. 수면 바지를 입은 채 헐레벌떡 택시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들어간 학생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이동과 관련 전국에서 총 620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수송 요청이 416건(74.4%)으로 가장 많았고, 수험표 분실(27건), 시험장 착오(5건) 사례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입구선 발열 체크, 쉬는 시간마다 환기
시험장 내부 환경도 이전 수능과 달랐다. 시험장 건물 입구에 발열 체크기가 설치돼 수험생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또 환기를 위해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었다. 비말 확산을 막기 위해 책상마다 칸막이도 설치됐다. 애초 수험생들 사이에선 책상에 칸막이가 놓일 경우 시험지를 펼칠 공간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예상과 달리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한다.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에서 시험을 보고 나온 임휘승(18)군은 "칸막이가 불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시험을 볼 땐 신경 쓰이지 않았다"며 "긴장한 것도 있지만, 불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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