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의 대국민 보고를 수어로 통역하기 시작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중앙 부처에 대한 수어 현장 통역을 지원하는 사업을 작년 12월 2일부터 시작하여 금년 11월 30일까지 누계 724건에 도달했다. 그동안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해 주어 가슴 뿌듯하다는 농인들의 반응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에서 한동안은 매주 20건 내외로 자주 수어 통역을 하면서, 수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높아졌다.
그런데 국민들 중에는 한국어 어순에다 단어만 수어 단어로 바꿔 놓으면 한국수어가 될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의 문법 체계가 다르듯 한국어와 한국수어의 문법도 다르다. 교육을 잘 받아 한국어 자막을 독해할 수 있는 농인이라도 그 이해 속도는 농인이 아닌 사람에 비해 현저히 더딘 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수어문법 연구, 수어사전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또 농인들이 전문용어, 신조어 등을 이해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한국농아인협회와 협력하여 새수어를 보급하는 일도 지속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주요 뉴스 시간대에 수어 통역을 확대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농인과 한국수화언어(=한국수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각계각층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농인의 언어권을 존중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의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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