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포화 등으로 하루 사망자 수 급증
백신 보급 서두르지만 대중 불신이 장애
지금 추세라면 내년 2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죽는 미국인이 45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짜내느라 부심하는 미 정부는 임박한 백신 보급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일(현지시간) 미 상공회의소와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2월이 되기 전에 45만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코로나로 사망할 수 있다”며 “앞으로 3개월은 미국 공중 보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추이가 심상치 않다. 1,500~2,000명 수준이던 하루 사망자 수가 2,500명 이상으로 늘었다는 게 CDC 측 설명이다. 이날 하루 사망자 수 2,731명(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은 4월 이후 가장 많다. 현재 누적 미국인 사망자 수는 27만3,181명이다.
문제는 포화 상태에 달한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이다. 시사잡지 애틀랜틱이 운영하는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10만226명으로 집계됐다. 10만명을 넘어선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봄 입원 환자 수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파국을 피하려면 치솟는 확진자 증가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는 게 미 정부의 인식이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주(州) 정부에 배포한 보고서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추수감사절 이후 코로나 확산은 의료 체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마스크 의무화 등 방역 대책을 외면하는 일부 주 정부를 상대로 “심각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소상공인 및 노동자들과 가진 화상 회의에서 “마스크 착용은 애국적인 일”이라며 한국전과 세계대전 참전자의 희생에 빗대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해서다.
더 강력한 예방책은 백신 접종이다. CNN 방송은 미 정부가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1차 출하분을 15일 수령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워프 스피드 작전’ 관련 문서를 입수했다면서다. 해당 프로그램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내년 2월 중순까지 미국민 1억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며 의료계 종사자와 중증 환자 등에게 우선 투여한 뒤 대상자 범위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두르는 정부에 호응해 화이자ㆍ모더나 등 업체들도 백신 임상 시험 대상을 아동ㆍ청소년 등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전날 영국 정부의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 승인에 대한 앨리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응이 방증이다. 그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규제 당국의 백신 안전성 확인은 미국민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NYT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이날 기고에서 미국인들이 백신을 과학이 아니라 정체성 문제로 생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백신 관련 논란을 막으려면 조기에 감시 체계를 갖추고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신속ㆍ투명하게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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