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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게임 4년 만에 빗장 풀었다…섣부른 기대감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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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게임 4년 만에 빗장 풀었다…섣부른 기대감엔 우려도

입력
2020.12.03 11:30
수정
2020.12.03 20:3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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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서머너즈 워' 게임 판호 받아…사드 사태 이후 처음
"바이든 당선, 한미일 동맹 강화에 따른 중국 기조 변화"
중국 진출 기대감과 외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

컴투스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 컴투스 제공

컴투스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 컴투스 제공

4년 가까이 막혔던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길이 열렸다. 2017년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불거졌던 양국 간의 갈등 이후 한국 게임에 족쇄로 작용해 온 중국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이 풀리면서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완화의 신호란 시각도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형성된 미중 양국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빚어진 일시직인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의 대표작인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부여했다. 2014년6월에 출시된 이 게임은 현재까지 해외 90개국에서 매출 1위에 오를 만큼 글로벌 히트상품에 자리한 대작이다.

이 게임의 중국 진출에 대한 의미는 적지 않다. 눈 여겨 볼 대목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에 중국의 외자 판호가 주어진 첫 작품이란 데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행된 이후, 약 3년 9개월째 한국 게임에 판호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반면 그 사이 중국 게임은 국내에 자유롭게 들어왔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중국의 한류 문화 개방이 확대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컴투스 관계자는 "이미 언어 등 출시 준비는 된 상황이며, 구체적인 현지 출시 일정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의 추가 중국 진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란 긍정적인 기대감도 흐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 교수는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중국은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게임 판호는 한국을 배려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적적한 카드"라고 풀이했다. 판호 부여가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우려다.

실제 사드 사태 이전에 이미 판호를 받은 넥슨은 지난 8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공식 출시 하루 전 돌연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넥슨 관계자는 "현지 퍼블리싱(서비스) 업체인 텐센트의 '미성년자 게임 의존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대형 게임사가 그런 사소한 실수 때문에 출시 일정을 미루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자아냈다. 넥슨은 아직까지 해당 게임의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중국은 한국 이외에도 국내외 게임 판호 총량을 줄여왔다.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의 일환으로 게임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2017년 9,368건에 달했던 게임 판호 발급 건수는 2018년 2,064건에 이어 2019년엔 1,570건까지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엔 609건까지 급감했다. 외자 게임 판호 건수 역시 2017년 467건에서 2018년 55건과 2019년 185건을 거쳐 올해 상반기엔 27건으로 줄었다.

이번 판호 발급을 두고 중국 현지에서는 한한령이 풀리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바라본다. 한중 양국은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정했다. 따라서 이번 게임 허가 조치는 내년 이후 양국관계를 고려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 반면 ‘한한령’ 해제와 직결되는 주요 사안에 비춰보면 고작 게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앞으로 중국이 추가로 한국 게임 판매를 허용할지도 불확실하다. 더구나 한한령의 불똥으로 한국 영화 상영이나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대형 공연 기회가 덩달아 막혀있는 상태다.

결국 해를 넘긴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한 시기가 언제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한중관계의 막힌 둑이 봇물처럼 터질 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번 게임 허가는 ‘예비 신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동맹을 활용한 대중 봉쇄가 강화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다면 한한령 해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한국 게임 허가 조치로 한한령 해제의 물꼬를 튼 것은 맞다”면서도 “중국이 반응을 떠보기 위한 맛보기 식으로 내놓은 것일 수도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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