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위험했던 도시 '대구'… 숨구멍이 되어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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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위험했던 도시 '대구'… 숨구멍이 되어준 '공원'

입력
2020.12.04 07:00
수정
2020.12.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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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구선공원
폐선 철로 이용 선형 공원으로 조성
벚꽃 단풍 벽화 구간마다 이색 공간으로

대구선공원 동촌공원 구간에는 공원 양쪽 주택 벽면과 궤도가 놓여 있던 철로에 과거 이 지역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벽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정광진 기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대구는 한때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 지난 2월 ‘신천지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질 때 그랬다. 학교와 학원은 폐쇄됐고, 공장과 회사도 더러 문을 닫았다. 상점들은 개점휴업. 시민들은 갈 곳을 잃었고, 타지역에선 대구로 발길을 끊었다. 병원은 넘쳐나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일반 환자들을 거부해야 했다. '병원 문턱 한번 밟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갑갑함에 몸서리칠 때 대구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과 숨구멍이 되어준 곳이 있다. ‘대구선공원.’ 선형으로 된 긴 공원이다.


대도시 한복판의 '시골길'

대구선공원은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북단에서 금호강을 건너 대구공군기지(K2), 옛 동촌역, 반야월역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대림육교까지 길게 조성된 도심 공원이다. 대구선 아양공원(1.7㎞), 동촌공원(4.4㎞), 반야월공원(1.4㎞) 크게 세 구간으로 구분돼있다. 동대구역에서 대림육교까지 13.2㎞의 대구선 폐선 구간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약 7.5㎞ 구간이 공원이다.

다른 지역에도 도심 폐선 구간을 공원화한 곳은 제법 있지만 대구선공원은 남다르다. 옛 대구선 철길을 따라 남북과 동서 방향으로 길게 조성돼 있어 관광명소이기보다는 힐링과 사색, 소통의 공간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던 열차 소음 대신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는 고향 같은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구선공원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기찻길 인근 억새가 환상적이다. 대구=정광진 기자

공원에선 다른 도시재생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골목, 먹자골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차를 몰고 한참 운전하지 않고도 접할 수 있는, 걷고 또 걷는 사색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구가 복 받은 도시로 불리는 데에 이 공원도 한몫하고 있다.


대구의 ‘퐁네프 다리’, 아양기찻길

3개의 선으로 구성된 대구선공원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장소는 ‘아양기찻길’이 있는 아양공원이다. 동대구역 북쪽 끝에서 K2입구까지 이어진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의 역사성과 산업문화유산의 가치를 살려 도심 속 시민여가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길이 277m 단선 철교 가운데에 유리로 된 길이 57m의 전망대 ‘아양뷰’가 들어서 있다. 갤러리, 디지털다리박물관, 카페 등도 갖췄다. 폐철교를 공공디자인과 접목해 복원한 점을 높이 인정받아 2014년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양기찻길을 중심으로 금호강 상하류 양쪽으로 펼쳐진 10리 벚꽃길은 이름난 명소로 인증 받았다.

대구선공원 시민들이 아양기찻길에서 산책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아양기찻길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야간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KBS 2TV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양기찻길에 서면 금호강 물길에 비치는 석양과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이 환상적이다. 신종 코로나가 몰아치기 전만 해도 연간 5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던 곳이다.

아양기찻길은 한때 철거 위기를 맞았다. 폐선 후 실시한 안전검사 결과 D등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철교 위에 객차를 끌어와 열차카페를 운영하자는 여론도 있었지만 무산됐다.

결국 철거냐 재활용이냐를 두고 갑론을박 끝에 살리기로 했다. 최종 폐선을 앞둔 2007년부터 활용방안에 대한 여론수렴을 거쳐 2010년부터 리모델링을 실시해 2013년 개장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하던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측이 사업비 53억원을 들여 완공한 뒤 기부채납 했다. 교각과 상판은 보강됐고, 레일은 그대로 살리면서 바닥엔 나무데크를 깔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호흡하는 동구의 명소로 부활한 것이다. 사진찍기 명소로 명성을 얻으면서 '대구의 퐁네프 다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금호강이 프랑스의 센강처럼 보이고, 다리는 1607년 가설된 센강 최고령 퐁네프 다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대구선공원 아양기찻길 야경. 대구 동구 제공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한때 문을 닫았던 카페와 갤러리도 다시 문을 열고 주민과 관광객을 맞고 있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금호강 일출과 낙조를 즐기려는 사람의 발길이 늘고 있다.

아양기찻길을 건너면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와 산문이 있는 옛 기찻길’이다. 길 양쪽 대왕참나무 숲길 아래에는 지난 한세기 동안에 발표된 명시와 지역 작가들의 작품 100여점을 엄선해 시화로 만들어 전시 중이다. 400m가량의 시화거리에선 폐선 이전에 사용하던 레일과 침목도 볼 수 있다.


파스텔톤 벽화의 거리, 동촌공원

동촌공원은 벽화의 거리다. 바닥에는 옛 기찻길을 채색했다. 철길 양쪽 다닥다닥 붙어 있던 50개 정도의 주택 담장은 ‘그때 그 시절’처럼 수학여행열차, 기와담장 등을 보여주는 벽화로 재탄생했다. 동촌공원 중 K2에서 옛 동촌역까지 600m 구간은 옹기종기 행복녹색마을이란 이름도 얻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 기찻길과 공원, 벽화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대구선공원 동촌공원 구간에는 공원 양쪽 주택 벽면과 궤도가 놓여 있던 철로에 과거 이 지역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벽화들이 행인을 발길을 붙잡는다. 대구=정광진 기자

아쉽게도 일부 구간은 단절돼 있다. K2 앞에서 시작해 옛 동촌역에서 끊겼다가 홈플러스동촌점 부근에서 다시 이어져 율하천까지 계속된다. 특히 동촌공원엔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이 일품인 벚나무길과 연(蓮)재배지의 조망, 생태공간 중심으로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등나무터널 등 녹음공간과 자전거도로도 조성돼 주민들을 반긴다.

혁신도시 진입구간인 반야월공원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생태학습ㆍ다목적 마당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등록문화재 제270호 반야월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원래 있던 곳에서 2009년 이전해, 현재는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선공원 동촌공원 옛 동촌역. 열차와 역무원은 없지만, 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해 주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정광진 기자

대구선공원은 대구선 도심구간 이설과 함께 폐선구간 활용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이 동네는 철로로 인한 공간 단절, 막다른 골목의 슬럼화, 철도 소음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 높았다. 선공원 덕에 해당 지역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아직도 공원 양쪽에는 슬레이트 지붕에 블록으로 된 담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90여년의 대구시민 애환 묻은 곳

대구선은 1918년 개통한 단선 철로다. 동대구역에서 영천 중앙선까지 연결된다. 조선중앙철도㈜가 1916년 2월 착공, 1918년 10월 포항까지 109.1㎞ 구간을 경동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대구~영천까지 38.4㎞ 구간만 대구선이라고 부른다.

90여년간 대구시민과 애환을 같이했지만 도시화로 생활권이 변하면서 동구 지역을 남북으로 단절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또 대구선이 통과하는 공업지구가 폐지되면서 효용성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3년 대구선 이설 계획을 수립, 2005년 새로운 노선으로 옮겼다.

하지만 청천역에서 K2까지의 연결선이 완공되지 않았고, 석탄과 시멘트수송 등의 필요성 때문에 2005년 이후에도 동대구역~반야월역까지 화물전용으로 운영했다. 그러다가 2008년 동대구~청천역까지 14㎞구간을 완전 폐선했다.

대구선공원 위치

동구는 2008년 3월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국비와 시비 50%씩 모두 146억원을 들여 2017년 5월 완공했다. 아양기찻길 조성에 들어간 53억원은 별도다. 동촌역과 반야월역은 작은 도서관으로 꾸몄고, 중간 중간 광장도 조성했다.

배기철 동구청장은 "대구선 공원화 사업을 통해 철도소음으로 열악했던 골목길 환경이 주민들의 도심 쉼터로 탈바꿈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주민들에게 힐링과 휴식공간이 된 대구선공원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정광진 기자
대구=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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