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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거'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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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거'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왔다

입력
2020.12.03 04:30
수정
2020.12.03 14: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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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고쳐 쓰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뉴스1

안경을 고쳐 쓰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살벌한 전장에 섰다. 적진의 맨 앞자리엔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티고 서있다. 전장엔 퇴로가 없다. 윤 총장이 쓰러지거나, 문 대통령 본인이 상처 입거나, 둘 중 하나다.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효력을 정지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1일 결정으로 전세는 윤 총장 쪽으로 다소 기울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표가 상징하듯, 검찰 조직도 끝내 윤 총장 편에 서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청은 '작전명: 윤석열 제거'의 싸움을 접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법무부 차관 서둘러 임명... "끝까지 간다"

청와대가 2일 여권 성향이자 비검찰(판사) 출신인 이용구 변호사를 후임 차관에 서둘러 임명한 것이 그 명징한 신호다. 추 장관이 몰아 붙인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를 두고도 '끝까지 간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이 내정자는 곧장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합류한다. 다만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맡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추 장관과 법무부 징계위를 앞세워 정치적 부담을 던다는 게 오래 된 여권 구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징계 집행을 재가하는 순간, 후폭풍은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맞게 된다. 1일 법원 결정 이후 추 장관은 존재감을 상당 부분 놓쳤다.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후 추 장관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르면 올해 연말이다.

결국 '추미애·윤석열의 갈등'은 '문재인·윤석열 갈등'으로 비화했다. 이제부턴 '문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상황이 썩 좋진 않다. 징계위 처분이 나오기도 전에 윤 총장은 불복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윤 총장이 징계 취소 소송을 내고 사법부가 다시 윤 총장의 손을 들어 주면 정권은 초대형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권의 운명을 또 다시 사법부에 맡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해 신임대사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해 신임대사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퇴로는 없다"… 윤석열 징계위 강행하는 文

청와대가 '윤 총장 징계'로 달려가는 건,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으로 인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거취를 마음대로 정리할 수 없다. 청와대도 일찍이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윤 총장의 정치적 해임'도 한 때 고려 대상이었다. '스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줘서 내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 만나 "윤 총장과 추 장관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윤 총장은 1일 법원 결정 이후 곧장 대검으로 출근해 "헌법정신, 법치주의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다시 징계위라는 강제적 방법만 남았다. 하루 만에 이용구 변호사를 신임 차관으로 임명한 건 '윤 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징계 의지'로 해석됐다.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靑 "절차 따를 뿐"이라지만... 결국 부담은 文에게

검사징계법상 윤 총장 징계 절차는 이렇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징계를 결정하고, 추 장관이 제청하고, 문 대통령은 이를 집행한다.' "법적으로 문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거부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결정을 '집행'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윤 총장이 해임되더라도, 해임 주체가 문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추 장관의 윤 총장 교체 작업에 청와대가 그간 침묵한 건 사실상의 추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윤 총장이 불복 소송을 내고, 사법부가 이를 수용하는 건 청와대에 '악몽'이다. 윤 총장을 교체할 마지막 수단을 잃는 데다가, '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무리한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면직·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받으면, 문 대통령이 인사 실패 책임과 완전히 선을 그을 순 없을 것이다. 검찰 조직이 더 크게 반발할 수도 있다.

단, 징계위 결론이 단기간에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징계위원 기피 신청을 하거나, 충분한 소명 기회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문 대통령 쪽이다.

친여 성향·비검찰 출신 법무 차관으로

문 대통령은 2일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했다. 임기는 3일부터 시작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징계위원장을 맡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징계위원장이 분위기를 주도해 편향된 결론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법고시 33회로 판사 출신인 이 내정자는 201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진보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근무했다. 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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