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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소음으로 욕하는 세상에…꽃 편지지에 따듯한 글 남긴 고3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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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소음으로 욕하는 세상에…꽃 편지지에 따듯한 글 남긴 고3 수험생

입력
2020.12.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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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서 '인테리어 중단 호소문' 화제
누리꾼들 "자라온 환경과 인성 보여" 응원 봇물

지난달 30일 올라온 한 학생의 호소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30일 올라온 한 학생의 호소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거 뭔가 되게 쑥스럽네요. 다들 감사드려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2일 공사 소음 민원 관련 미담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글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밝힌 말이다.

최근 아파트의 갖가지 소음 문제로 인분 투척 등 험악한 이야기들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글은 오히려 응원을 받고 있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쓴 글쓴이는 "이거 (쓴 사람) 나인데 뭔가 굉장히 부끄럽다"며 "댓글에 불편해 하시는 분들 있어서 설명하자면 부모님이 쓴 것 아니고, 나도 귀마개를 계속 꼈지만 외이도염에 걸린 후로는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분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줘서 공사는 미뤄진 것 같다"며 "예정돼 있던 공사도 수능 끝난 주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해당 커뮤니티에 사진 한장이 공개됐다. 편지지의 글쓴이는 자신을 "안녕하세요. 1104호에 사는 고3 수험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름아닌 오전 공사 소리에 조금 방해를 받는 것 같아 작성하게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고3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살면서 가장 중요한 첫 시험, 가장 길게 준비한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간곡히 요청드리려 실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공동체 생활에 이렇게 함부로 건의드리는 게 망설여져 지금까지 독서실을 이용해 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독서실에 가는 것도 솔직히 큰 고민이 된다"며 "상황이 어렵지 않다면 공사 연기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라고 요청했다.

이어 "너른 양해 정중히 부탁드리고 긴 글 읽어주심에 큰 감사를 표한다"며 "항상 건강 조심하시며 앞날의 행복한 일들과 무한한 행운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예의 바른 글을 쓴 수험생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분 하나도 안 나쁘게 말한다. 저정도면 오히려 수험생 집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뭐라도 사줘야 할 듯", "같은 상황도 다르게 말함으로써 사람 인성과 자라온 환경이 보인다", "공사 연기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글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 한마디가 천냥빚 갚는다'는 말이 맞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른 학생 "어린놈한테 욕먹으니까 기분 나쁘지?" 경고문 논란

지난달 25일 올라온 다른 학생의 경고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5일 올라온 다른 학생의 경고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수능을 8일 앞둔 지난달 25일 고3 수험생으로 보이는 한 입주민이 이웃집 공사 소음에 불만을 담은 경고문을 붙여 논란이 됐다.

해당 글에는 "학교는 지금 기말고사 시즌이고, 수능은 당장 다음 주 12월 3일인데, 아침 9시만 되면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진짜 백번 양보해서 저번 주는 그렇다 쳐도 이 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독서실, 카페 등 밖에도 못 가는 거 뻔히 알면서 2단계 된 현시점까지 네 인테리어 사리사욕 챙기려고 남의 인생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이기적인 XX야"라고 썼다.

이어 "당장 내일부터는 네 부모 수가 홀수 아닌 걸 증명하듯 (소음 소리가)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며 "어린 놈한테 욕먹으니까 기분 나쁘지? 욕먹을 만한 짓이니까 먹는 거고, 담담하게 인정할 거 인정하고 반성하고 그만해줬음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식이 식물인간 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라" 등의 내용을 덧붙이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고 끝으로 "나이대접 받고 싶으면 그것에 맞게 행동해라"라고 말했다.

다만 이후 해당 글을 붙인 학생은 "너무 감정에 치우쳐 이기적으로 글을 썼다"며 "주민 여러분의 눈살을 찌뿌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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