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영 등 "세금은 용도 제약" 기금조성 대안 제시?
충북도 "기금은 안정적 재원확보 불가능" 반박?
지역 시민단체는 국회의원·업계 유착의혹 제기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시멘트세)신설 법안에 대한 국회 심사를 앞두고 시멘트 생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세금 대신 기금조성을 대안으로 들고 나오자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해당 국회의원과 업계 간 유착설을 제기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충북도와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등에 따르면 시멘트세를 과세 대상에 추가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3,4일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멘트세는 시멘트 생산량 1톤당 1,000원의 자원시설세를 부과해 해당 지자체에 배분(시군 65%, 도 35%)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을 도울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등 집권여당 국회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해 이번 회기내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법안 소위 심의를 앞두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시멘트 주산지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세제 개편 대신 기금운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시멘트 공장이 밀집해있는 제천ㆍ단양의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최근 SNS에 “톤당 650원을 기금으로 조성해 피해 지역 시장ㆍ군수 산하의 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지원하겠다”고 기금조성 안을 제시했다.
그는 “세금은 용도에 제약이 있다. 기금출연 방식이어야 자유롭게 직접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면 일자리 감소나 시멘트 가격 인상 등 부담이 예상된다는 주장도 했다.
기금조성 방안에는 대규모 시멘트 업체가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 의원은 “해당 지역의 권성동(강원 강릉)ㆍ이철규(강원 동해ㆍ삼척)ㆍ유상범(영월ㆍ평창)의원도 같은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시멘트세 도입에 앞장선 충북도와 제천시, 단양군은 거칠게 반응했다. 충북도는 자료를 내 엄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도는 “기금은 시멘트 업계가 자의적으로 기부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옳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는 “세금은 용도 제약이 있어 유연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시군 지분 65%는 직접 사용이 가능하고, 도 지분 35%도 특별회계로 전액 지원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의 경영난 가중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해 메이저 7개 시멘트업체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 (4.43%)보다 높은 9.2%였다”며 “대기오염 등 외부불경제 유발 산업에 대한 과세는 공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받아 쳤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단양환경단체협의회는 성명에서 “법안 심사를 코앞에 두고 입법 대신 기업체를 통한 기금조성 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또 다시 입법을 막기 위한 시도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지속성을 보증하기 어렵고 운영 상 부작용으로 주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기금조성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두영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공동대표는 “시멘트세 신설에 앞장서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업계 주장에 편승한 방안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업계 로비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해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시멘트세 신설은 시멘트 주산지의 숙원이다. 강원, 충북 등 시멘트 생산지역 지자체들은 시멘트세로 재원을 확보해 피해 주민 지원과 환경개선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인 2016년 9월 이철규 의원 등이 발의한 이후 7차례나 법안 소위에 회부됐으나 그 때마다 업계의 반발로 심의가 보류됐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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