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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서만 평균 20%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이 그렇다는 거지, 노원구의 전용면적 84㎡짜리 J아파트 가격은 6억6,000만원에서 8억9,000만원으로 무려 35%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 상승률은 10% 내외지만 30억원대의 10%면 그래도 3억원 이상이다.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건데, 오른 건 집값뿐만 아니다. 증시 또한 부지불식 간에 까마득히 치솟고 있다.
▦ 코로나19 확산에 지난 3월 중순 1,439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1일 2,634로 불과 8개월여 만에 약 1,200포인트, 83% 급등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4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증시는 들떠 있다. ‘내년도 성장 전망이 너무 보수적으로 잡혔다’ ‘미국 새 정부 출범과 코로나19 완화 가능성 등에 따라 성장률은 3% 중반을 넘기고, 기업 영업이익도 40% 가까이 급증할 수 있다’ ‘지수 3,000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식의 낙관론이 활보한다.
▦ 하지만 장기불황에 체감경기가 바닥인데도 유독 집값과 주가만 치솟는 비현실적 상황을 전형적 ‘자산거품’으로 보며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2, 3개월 후 일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실제 손 회장은 당초 계획한 400억 달러의 2배에 달하는 800억 달러의 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 헤지펀드 전설인 짐 로저스는 더 직설적으로 거품 붕괴를 언급한다. 그는 지난해 이래 글로벌 유동성 잔치와 산더미처럼 쌓인 각국 정부 부채를 지적하며 “주가와 집값 앙등은 ‘가짜 호황’이며, 2~3년 내 거품이 붕괴하고 재앙적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특히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선 “한국은 증시 거품이 본격화한 대표적인 국가”라며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큰돈을 잃을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동학개미’를 겨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코스피 상승세에 고무돼 동학개미를 격려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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