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안 영아 사체... 14년 전 서래마을 사건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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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안 영아 사체... 14년 전 서래마을 사건 재소환

입력
2020.12.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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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3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거주하던 프랑스 부부 장 루이 쿠르조와 베로니크의 집에서 두 명의 영아 사체가 발견된 냉장고의 모습. AP 연합뉴스

또 다시 영아 사체가 냉장고에 유기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 만에 숨진 갓난아이가 2년 넘도록 냉장고에 보관돼 있었던 게 발견된 것인데요.

더 충격적인 건 아이의 어머니 A(43)씨가 가해자라는 사실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9월 집에서 홀로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이중 남자아이가 2개월 만에 숨지자 냉장고에 넣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A씨의 일곱살 아들, 두살배기 딸은 집안의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웃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11일 아이를 방임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에 나섰고, 두 아이는 피해아동 쉼터에 보내 A씨와 격리 조치됐습니다.

조사 결과 A씨는 그 동안 식당 일을 하며 오후 6시에 나가서 새벽 2~3시에서야 들어왔고, 이때까지 두 아이만 집 안에 방치된 채 지내왔다고 하는데요. 이후 남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딸이 쌍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A씨는 뒤늦게 냉장고에 아이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한 겁니다. 심지어 A씨는 딸의 출생 신고조차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 아동보호 기관에서 조사 나왔을 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다른 집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일단 경찰은 A씨를 시신 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해 조사를 벌였고, 1일 숨진 아이에 대한 1차 부검을 실시해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한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과수의 결과를 밝혔죠. 2개월 후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미 트라우마가 존재합니다. 영아의 시체가 냉장고에 유기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니까요.

2006년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 사건, 바로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 부부의 아이 2명이 숨진 채 냉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던 끔찍한 사건입니다. 한국 경찰은 물론, 프랑스 경찰까지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였었죠. 이후 2017년 부산에서 30대 여성이 출산 직후 숨진 영아 2명을 수년 동안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제2의 서래마을 사건'으로 불리며 가슴을 착찹하게 했습니다.

늘어만 가는 아동학대 피해 건수

아동 학대 유형별 사례.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6,796건이던 피해 건수는 2014년 1만건(1만27건)을 넘기더니,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3만45건으로 더 늘었는데,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2만건 이상으로 76%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학대를 받아 사망한 아동도 42명에 달합니다. 여러 학대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1만4,4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7,622건), 신체적 학대(4,179건), 방임(2,885건), 성적 학대(883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아동 학대의 원인으로는 경제적 이유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2,105건) 이후 아동학대 건수 증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경제 침체로 인한 가정 해체, 가족 기능의 약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4년 전 '서래마을'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을 다룬 한국일보 2006년 7월 25일 8면 기사.

2006년 7월 23일 오전 11시. 서래마을에 살고 있던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는 자신의 집(80평형 빌라) 냉장고에서 남자아이 시신 2구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는 "택배로 주문한 간고등어 상자를 보관하려고 거실 뒤 베란다에 있는 5단짜리 냉동고 서랍을 차례로 열다가 4, 5번째 칸에서 꽁꽁 언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계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부인 베로니크(39), 두 아들과 함께 6월말 프랑스로 건너가 8월말까지 여름 휴가를 즐길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일 때문에 혼자 먼저 입국했고 26일 떠날 계획이었죠.

2006년 8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거주하는 프랑스 부부 쿠르조씨 자택에서 영아 시체가 보관됐던 냉장고를 경찰들이 압수해 옮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경찰은 외상이 없다는 사실 외에 인종, 나이 등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고, 검사 닷새만에 쿠르조씨가 영아 2명의 친부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26일 출국해 버렸고, 산모가 누구인지를 놓고 경찰 수사는 미궁에 빠져버릴 위기에 처합니다.

국과수는 8월 당시 프랑스에 머물고 있었던 쿠르조씨 부인의 칫솔과 귀이개 등에서 나온 DNA로 두 번째 검사를 통해 영아들의 친모라는 사실을 발표합니다.


결국 가해자는 엄마, 비정한 모정(母情)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을 다룬 한국일보 2007년 3월 31일 8면 기사.

이 사건은 석 달 후 프랑스에서 재조명됩니다. 프랑스 검찰은 같은 해 10월 10일 DNA 분석 결과 쿠르조 부부가 숨진 영아들의 부모인 것으로 확인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8월 이들 부부는 프랑스에 머물면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이들은 한국 수사당국의 DNA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입국을 거부했고 사건은 장기화되는 듯 했습니다. 한국 국과수는 이미 같은 해 7, 8월 DNA 검사를 통해 이들이 아이들의 부모라는 결과를 프랑스 측에 넘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는 굳이 DNA 시료 샘플을 넘겨 받아 재조사를 벌였고 뒤늦게 한국과 같은 결과를 확인한 것이죠.

2006년 8월 22일 프랑스 서부의 투르에서 장 루이 쿠르조(왼쪽)와 그의 아내 베로니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에게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범행을 부인하던 베로니크 쿠르조는 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하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그가 "2002년과 2003년에 차례로 태어난 영아들을 목졸라 살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그가 아이들을 출산해 살해한 뒤 비닐봉지와 수건에 싸서 3년 넘게 자신의 냉동고에 보관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베로니크 쿠르조가 한국에서 오기전 프랑스에서 살던 1999년에 또 다른 아이 1명을 살해해 사체를 벽난로에 집어넣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죄가 없다"며 "그는 장기 외국출장이 잦아 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고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습니다.


프랑스 엄마는 왜 아이들을 살해했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엄마, 베로니크 쿠르조의 심리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피임에 실패해 아이들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 아이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살해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죠.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을 다룬 한국일보 2006년 10월 14일 10면 기사.

경제적으로 유복해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베로니크 쿠르조.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남편에 대한 분노나 공격성이 표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자신이 낳은 자녀를 3명이나 살해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부부 사이의 말 못할 사정이나 부부 각자의 사회적 관계, 임신 중 호르몬 변화에 의한 산후우울증, 정신이상 여부까지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이상현 동국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남편의 출장이 잦았던 베로니크가 고독하게 지내며 자기 소외감에 빠지는 정신분열성 인격장애를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베로니크는 프랑스 경찰에 "임신 중 살해 충동을 느꼈다"는 진술 내용이 전해지기도 했으니까요.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 일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결국 그는 프랑스 법정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해외 언론들은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며 그가 가석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죠. 판결에 앞서 정신과 전문의들이 그가 임신을 부정하는 정신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3년 전 부산판 '제2의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

'부산판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을 다룬 한국일보 2017년 6월 19일 13면 기사.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6월 부산에서 숨진 영아 2명을 수년 간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여성은 2014년 9월과 2015년 1월 각각 출산한 딸들이 사망하자 동거남 B씨의 집 냉장고에 유기해 왔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아이들을 출산 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 여성에 따르면 첫 번째 아이는 태어난 직후 집으로 데려왔지만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고, 욕실에서 샤워하다 출산한 두 번째 아이는 자신이 기절했다가 깨어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첫 번째 아이는 병원에서 출산했으나 키울 여력이 안 돼 이틀 동안 방치했고 결국 숨져 냉동실에 보관했다"며 두 번째 아이도 사망하자 같은 방법으로 유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동거남 B씨의 공범 여부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출산이 동거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냉장고에 시신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하죠. 아내가 두 명의 아이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는 남편 쿠르조씨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당시 이 사건이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강은영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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