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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돼도 책임 없다”는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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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돼도 책임 없다”는 한수원

입력
2020.12.03 04:30
수정
2020.12.03 10: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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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 취소 예정?
한수원, 배상금 문제에 "법적 분쟁으로 해결할 것"
두산중공업, 배상금 요구 못하고 정부 눈치만

경북 울진 신한울 1,2호기 옆에 조성된 신한울 3,4호기 부지 전경. 한수원 제공

경북 울진 신한울 1,2호기 옆에 조성된 신한울 3,4호기 부지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 2월 예정된 건설사업 취소로 불거질 신한울 원전 3ㆍ4호기에 대한 기업 배상 문제에서 “책임이 없다”며 법적 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으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2일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현재 건설 ‘중단’ 상태에 놓인 신한울 3ㆍ4호기에 대해 ‘사전착수허가’(LNTP)로 발주해 진행한 프로젝트인 만큼, 내년 2월 건설사업이 취소되더라도 두산중공업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했다. LNTP는 상당한 공사 일정이 소요될 프로젝트의 본 계약 체결 이전, 미리 건설사업을 진행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2015년 11월 한수원에 본 계약 체결 전 신한울 3ㆍ4호기에 대한 LNTP 승인을 한수원에 요청했고 허락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그 사이 두산중공업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신한울 3ㆍ4호기에 투입한 자금만 원자로 설비(4,505억원)와 터빈발전기(422억원) 등 총 4,927억원에 달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투자는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간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법적 재판과정을 통해 배상금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신한울 3ㆍ4호기의 건설 취소 결정을 미루는 배경에 대해 정부 차원의 배상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수원 측은 신한울 3ㆍ4호기에 건설 ‘취소’가 아닌 ‘중단’ 결정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산업부가 내준 발전사업 허가가 유효해 한수원이 자의적으로 건설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 측은 “한수원이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내리고 관련 요청을 해오면 그에 따라 판단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발전사업 허가는 산업부가 판단해 취소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결국 한수원과 산업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건설 취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금처럼 건설 중단 상태가 지속되면 신한울 3ㆍ4호기가 내년 2월 26일이면 발전사업 허가가 저절로 취소된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지 4년 이내에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허가가 취소되는데, 그 기한이 내년 2월26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과 산업부가 굳이 손을 쓸 필요가 없다”며 “나중에 불거질 건설 취소에 대한 책임 논란에서도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한수원의 LNTP 발주로 사업에 착수한 만큼 신한울 3ㆍ4호기의 건설 취소가 결정될 경우 투자 비용을 한수원이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측은 이를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권에서 원전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두산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등 자구안 이행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문재인정부 눈 밖에 날까 봐 배상금 문제를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겪는 경영위기는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된 탓이 크다. 신한울 3ㆍ4호기 투자 비용까지 회수하지 못하면 그룹 차원에선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 그룹의 수익구조를 석탄ㆍ화력발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꿔가는 중이었고 이 전환을 위해 수익을 유지하는 중간 징검다리가 원전 건설이었다”며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서 갑자기 이 징검다리를 끊어버리면서 그룹이 어려움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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