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를 5년 만에 K리그1(1부리그) 무대로 이끈 김도균 감독이 승격 팀을 가린 K리그2(2부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상대한 두 살 아래 적장 설기현(41) 경남FC 감독의 승복과 축하 메시지에 고마움을 전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민감한 판정 끝에 내려진 페널티 킥으로 운명이 갈렸지만,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를 치켜세운 설 감독을 그는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2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2위를 했고 승격도 하게 됐지만, 경남이 더 좋은 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PO에서도 경기력만 놓고 보면 경남이 더 잘했지만 무승부로 우리가 승격하게 돼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고 말했다. PO는 정규리그 2위팀인 수원이 준PO를 거친 경남과 비기기만 해도 승격하는데, 이날 경기 초반부터 0-1로 뒤지던 수원은 경기 종료 직전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 킥을 얻은 뒤 안병준(30)이 성공해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결국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설 감독으로선 울화통 터질 상황이었지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판정을 탓하기보다 “앞으로 (경남에서)그런 장면이 나오면 안 될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왜 수원과 (정규리그)승점 차가 15점이나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PO까지 오른 데 따른 공(功)은 선수들에게 돌리고, 과(過)는 본인이 떠안았다. 김 감독은 이 모습을 두고 “우리가 승격을 못해도 축하해 줄 생각이었는데, 경기 후 축하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의 장면을 돌아본 김 감독은 “설 감독이 나보다 어리지만 그런 모습을 높게 본다”며 “설 감독도 나와 마찬가지로 1년차라서 철학이나 전술이 팀에 다 녹아 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무서운 모습을 보여 줘 내년에 승격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감독과 설 감독은 시드니올림픽을 앞둔 1999년 선수로 처음 만났다. 이어 김 감독이 울산 유스팀을 맡던 2010년대 초반 울산 선수로 온 설 감독과 친분을 쌓았다.
승격 꿈을 일군 김 감독은 아직도 부산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PO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승격 확정이 늦어지면서 선수단 구성이 시급하다. 그는 “1부에 있을지 2부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야 뒤늦게 선수 구성에 나섰다”며 “내년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주긴 해야 하지만 좋은 선수를 구하려니 난감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측면자원을 조금 더 보강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년 목표 가운덴 수원삼성과의 ‘수원 더비’에서의 우세도 포함돼 있다. 같은 연고지를 둔 두 팀은 수원FC가 K리그1에 있던 2016시즌 네 차례 맞붙었는데, 수원FC가 한 번 이기고 세 번을 졌다. 김 감독은 “수원더비는 지역 축구팬들에게 큰 이슈였고, 우리 팬들이 얼마나 원하던 상대였는지 잘 안다”면서 “내년엔 수원 더비에서 우세를 가져올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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