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 결정 땐 강행 의지 보이다 '연기' 급선회
차관 없이 징계위 열 수 없는 현실적 사정 감안
4일 징계위 열려도 '해임 등 중징계 어렵다' 관측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징계 청구, 직무 배제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 사태 후 처음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1일 법무부가 다음날로 예정됐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연기한 것은 감찰위원회와 법원에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가 각각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은 데 이어, 징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도 돌연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위 결론엔 "尹 감찰 적법" 항변
특히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는 고 차관의 전격 사의 표명이 징계위 연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0분쯤 "윤 총장 징계청구, 직무배제 등은 부당하다"는 감찰위 결정이 전해진 뒤 ,법무부는 "윤 총장 감찰 절차는 적법했다"고 항변하며 징계위 강행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 4시30분쯤 '윤 총장 직무배제 효력 정지'라는 법원 결정이 나오고, 30분 후에는 고 차관의 사의 표명 사실마저 공개되자 법무부의 기류는 완전히 바뀌었다. 고 차관의 사표는 사실상 '징계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징계위 당연직 위원으로서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원장 역할을 해야 하는 법무부 차관 없이는 징계의 개최 자체가 어렵고, 열리더라도 나중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 차관의 사표 제출에 법원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원이 "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은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윤 총장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징계 청구의 정당성 자체가 훼손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그 책임을 지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법무부는 "고 차관은 이미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과 고 차관 사의 표명에는 인과관계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4일 징계위 개최도 사실상 명분 잃은 상황
그럼에도 지난 4월부터 추 장관을 보좌해 온 고 차관마저 '징계위 보이콧' 취지로 해석될 만한 행보를 보인 건 심상치 않다. 일단 법무부가 4일로 징계위를 미뤘지만, 이마저도 열리지 않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징계위 연기 사유로 겉으로는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을 앞세웠지만, 진짜 이유는 수세에 몰려 버린 추 장관과 여권이 일단 시간을 벌고자 꺼내든 '숨고르기' 카드일 수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퇴진설이 강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거취 표명을 통해 이번 대치 상황을 풀려는 물밑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징계위가 열린다고 해도 최고 징계 수위인 '해임'을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외부 환경이 추 장관 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징계위 내의 외부인사 3명이 법무부 뜻대로 움직일지 불투명한 탓이다. 이날 감찰위 권고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거나 법원 결정이 징계 청구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징계위가 논리적으로 이를 뒤집는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설사 징계위가 '윤 총장 해임' 결정을 내려도, 향후 윤 총장이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낼 경우 승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징계위원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원의 인용 결정에는 추 장관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징계위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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