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코드는 언제까지 '안타까운 애들'로 불려야 하는 걸까. 무대에서 웃고 싶다는 한 멤버의 고백이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JTBC '싱어게인'에는 레이디스 코드 출신 소정이 11호 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레이디스 코드는 지난 2월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만료 후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홀로서기에 나선 소정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을 '이제는 웃고 싶은 가수'로 소개했다. 그가 "그동안 울 일이 많았다"며 과거 자신이 레이디스 코드로 활동했음을 밝히자, 출연진은 "레이디스 코드라는 그룹을 들어봤다"며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김이나는 "소정 씨는 항상 이런 반응을 봐 왔겠지"라고 말했다.
출연진이 안타까워한 이유는 레이디스 코드의 아픈 과거 때문이다. 레이디스 코드는 지난 2014년 9월 3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멤버 은비가 사망했고, 권리세는 치료를 받다가 나흘 뒤 세상을 떠났다. 소정 애슐리 주니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고 몸을 회복했다.
소정은 이 일에 대해 언급하며 "3인조(소정 애슐리 주니)로 5년 동안 활동했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를 볼 때, 같이 활동하던 멤버들을 볼 때 '안타까운 애들' '불쌍한 애들'이라는 대중들의 반응이 있다. 속상하다"고 이야기했다.
무대를 마친 그는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웃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기쁨과 행복을 드리려고 하는데 안쓰럽게 봐 주시더라.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레이디스 코드는 지난 몇 년 동안 대중들에게 '안타까운' 이미지로 비춰졌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멤버와 관련된 슬픈 일이 생겨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영향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레이디스 코드에게는 유독 그 기간이 길었다. 레이디스 코드에게는 음악과 일상 모두 큰 아픔이었을 듯하다. 오랜 시간 슬퍼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대중들 역시 속상해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디스 코드는 권리세와 은비가 세상을 떠나고 2015년 9월 앨범 '아파도 웃을래'로 팬들의 곁에 돌아왔다. '아파도 웃을래'의 소개글 첫 문장은 '가슴 아픈 사고 후 일 년,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애슐리 소정 주니 세 멤버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곡'이다. 소정이 작사에 참여한 이 곡에는 "어느 날 갑자기도 너는 내 곁을 떠났지만" 등 그리움을 표현한 가사가 담겼다. 다음 해인 2016년 2월에 발매한 싱글 앨범 '미스터리(MYST3RY)'의 소개글에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 일 이후 남은 세 명의 멤버'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사고 이후 레이디스 코드가 대중들에게 들려준 음악에는 진한 슬픔이 묻어 있었다.
소정은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소정의 생일은 9월 3일로, 레이디스 코드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날과 같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 소정은 생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SNS에 은비 언니의 사진과 추모의 글이 게재된다. 날 위해서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올라온다. 이런 일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고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레이디스 코드 멤버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힘들어했던 멤버들은 대중에게 다시 한번 행복을 전해줄 준비를 마친 듯하다. 애슐리는 이날 방송된 MBC FM4U '굿모닝FM'에 출연해 밝은 미소로 청취자들과 소통했다. 주니는 지난해 KBS2 드라마 '저스티스'에서 열연을 펼쳤으며, 현재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싱어게인'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소정은 지난 8월 바쁜 현대인을 위로해 주는 곡 '아일랜드(Island)'를 발표했다. 지난 생일에는 자신의 SNS에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작은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생일과 관련된 아픔도 극복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성장하고 있는 레이디스 코드는 더 이상 '불쌍한 그룹' 또는 '안타까운 그룹'이 아니며, 대중들도 '싱어게인'을 통해 이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레이디스 코드가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소정을 포함한 레이디스 코드 멤버들이 무대에서 지금 당장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중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랑의 달콤함을 맛보고자 할 수도 있고, 슬픈 감정에 취해 펑펑 울고 싶을 수도 있다. 레이디스 코드에게는 지금의 레이디스 코드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이 음악은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
레이디스 코드 멤버들이 앞으로 들려줄 신나고 즐거운 음악에도 기대가 모아지지만, 이들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나아가길 바란다. 팬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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