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합성사진 놓고 "충격적", "역겹다" 공방
원래 전통 우호국, 中시장은 호주 젖줄
中, '씹다버린 껌', '미국?군견' 호주 비판
자원수입 중단, 보복관세 등 충돌 가열
중국과 호주가 막장과 다름없는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다. 무역과 왕래를 끊고, 보복관세를 올리고,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 공세에 매달리며 상대를 깎아 내리는데 여념이 없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풍자 합성사진을 게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호주 군인이 어린이를 살해하는 장면이었다. 이에 자오 대변인은 “호주 군인들이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 받았다”면서 책임을 묻겠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가짜 사진”이라며 “중국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역겹다”면서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틀 전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200% ‘관세 폭탄’을 퍼부어 수세에 몰리던 차였다. 중국은 매년 1조원 규모의 호주산 와인을 들여오는 최대 수입국이다.
이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지만 호주는 1972년 서구 국가 가운데 스웨덴 다음으로 중국과 수교한 전통적 우호국이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어를 구사한 정상으로 남아있다. 특히 광활한 중국 시장은 호주 경제를 지탱하는 동아줄이다. 2018~19년 호주가 중국에 수출한 철광석ㆍ천연가스ㆍ석탄ㆍ금 등 지하자원은 980억달러(약 108조원),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호주에서 쓴 돈은 16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호주 양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90%, 보리와 목화는 각각 48%와 68%에 이른다. 양국의 상호투자 규모는 1,380억달러(약 153조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다. 호주가 선봉에서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자 중국은 호주를 “신발에 들러붙은 씹다 버린 껌”이라고 멸시했다. 이어 석탄을 비롯한 자원 수입을 중단하고 호주 유학 자제령을 내렸다. 호주도 맞대응했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 주도 군사협력체 ‘쿼드’에 적극 참여했고,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를 수시로 공론화했다. 호주 방송은 “곤충과 쥐, 머리카락을 먹는 중국인”이라며 적개심을 부추겼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일 “사악하고 뻔뻔한 호주는 미국의 군견 노릇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호주와 전방위로 충돌하는 이면에는 중국을 옥죄는 미국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복구해야 호주와 중국의 갈등이 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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