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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라면 밤 새? 정부, 왜 주택공급 부족으로 말 바꿨나

입력
2020.12.02 09:30
수정
2020.12.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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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 새워라도 만들겠다"(11월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는 발언이 화제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선 서둘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아파트가 빵처럼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쉽지 않다는 취지로 김 장관은 이 말을 했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한 여론은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줄곧 해왔던 말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5개월 전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공급은 충분하고, 부동산 대란의 원인은 다주택자'라던 게 김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주택 인허가와 입주 물량 통계가 바뀐 건 없다. 같은 숫자를 두고 김 장관은 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에서 "부족하다"로 말을 바꾼걸까.

10년 평균보다는 많지만 올해보다는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공급

2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간 주택물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변해 왔다. 김현미 장관은 올해 7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며 "2022년까지 입주물량은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35% 정도 많으며,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인허가와 착공, 입주물량도 평균 대비 20~30% 이상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 전망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 전망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2022년 사이 서울 지역 연평균 아파트 공급량은 약 3만9,000가구다. 이는 올해를 기준으로 과거 10년간의 연평균 공급량(약 3만4,000가구)보다 5,000가구 가량 더 많다. 정부는 그간 이를 근거로 "서울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전세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올해와 비교한 2021~2022년의 아파트 공급량은 확 줄어든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은 약 5만3,000가구나 됐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내년부터 2년간 연평균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올해보다 1만4,000가구나 쪼그라 든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올해보다 7,000가구 적은 18만6,000가구다.

아파트만 계산하지 않고, 다세대주택 등까지 포함하면 주택 공급물량 부족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내년부터 2년간 서울 전체 주택 입주물량은 연평균 6만6,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 오히려 3,000가구가 적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서울에 2022년까지 3만5,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11·19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억울하다"는 국토부

국토부는 공급 부족의 책임을 현 정부로 돌리는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2년간 공급량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주된 이유는 지난 2016년 인허가 물량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최소한 5년은 걸린다"며 "(2017년 중반부터 시작된) 현 정부의 규제로 2021~2022년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6년 서울 주택 인허가실적은 한해 전인 2015년(10만1,000가구)보다 25.7%나 줄어든 7만5,000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2015~2017년 연평균 인허가실적(9만6,000가구)보다도 21.8% 적은 양이었다.

"임대차법 후폭풍 예측 실패 때문" 지적

결국 정부의 말 바꾸기 혼란을 가져온 건,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후폭풍'을 정부가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히려 예년보다 훨씬 많았던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량에도 불구하고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전세난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입주물량 관련 국토교통부의 '말말말'

입주물량 관련 국토교통부의 '말말말'

실제 박선호 전 국토부 1차관은 새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 7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이 충분하다"며 "전월세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은 갈수록 들끓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78% 오르며, 전달보다 상승률을 0.30%포인트 더 키웠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지난달 128.8을 기록,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단 뜻이다.

처음에는 자신있어 하던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 예상 시기를 조금씩 늦추고 있다. 당초 "임대차법 시행 몇 개월 뒤엔 전셋값이 가라앉을 것"이라 밝혔던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내년 봄쯤 되면 시장에 안정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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