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발표와 달리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결과, 사건 발생 후 (발전소는) 제대로 된 구호조치 하나 없이 바닥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아버지를 방치했습니다. 119 현장출동이 왜 11분이 걸렸는지, 어떠한 구호 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화물차 운전자 A(51)씨의 유족은 절규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회를 3.5m 높이 45톤 화물차 적재함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 떨어져 숨졌다. 지난 9월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대형 스크루(나사)를 화물차에 싣던 60대 화물차 운전자가 숨진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제대로 된 관리 감독 없이 홀로 작업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지만, 몇 달 만에 비슷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전날 고용노동부, 유족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다녀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CCTV 자료를 근거로 사고 당시를 재구성해본 결과 △지난달 28일 오후 1시1분에 A씨가 떨어졌고 △4분이 지나 지나가던 화물차 운전자가 A씨를 발견했고 △5분 뒤 A씨를 발견한 또 다른 운전자가 어디론가 전화한 뒤에야 △6분 뒤 발전소 제어실 근무자가 나타났으며 △11분 뒤에야 119구급대가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사고 발생 4분 만에 제어실에서 알아채고 6분쯤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발전소 측 해명은 거짓이라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 뒤 10여분간 머리에서 상당량의 피를 흘린 채 방치됨으로써 A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며 "상하차 작업 때 감독자를 붙여 2인1조 근무라도 했다면 사고가 있었다 해도 A씨에게 필요한 긴급구호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노조는 화물안전운임제 확대 적용을 요구했다. A씨는 지입(물류운송대행) 차주에게 고용된 근로자였다. 원청인 발전소가 최저입찰 방식으로 운송업체에 준 일감을 다시 따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화물차 기사는 일을 무리하게 서두룰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조는 최저임금처럼 최소운임을 보장하는 화물안전운임제를 컨테이너나 시멘트 등을 넘어 석탄회 등 폐기물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이번 사고에도 원청인 발전사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책임은 운송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기사들이 상하차 작업 등을 할 경우 안전요원 1명을 더 배치토록 하는 등 사업주의 관리감독 책임을 더 강화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대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외협력국장은 “운전기사가 자신의 업무가 아닌 상하차 일까지 억지로 떠안거나, 원청인 발전사가 사고 예방에 무심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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