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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막무가내 정책은 안 된다

입력
2020.11.3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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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탈원전’ 반성 없이 급진 ‘넷제로’ 선언
막무가내 ‘소주성’ 처럼 고통ㆍ실패 우려
에너지정책 재검토 최적 방안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미애ㆍ윤석렬 갈등’ 때문에 대충 흘러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의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처음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G20 정상회의에서 목표를 재천명한 뒤부터 탄소중립 정책을 급가속하고 있다.

탄소중립(Net Zero)은 이산화탄소 또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파리기후협약 회원국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포함한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을 올 연말까지 유엔에 보고토록 돼 있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일본이 2050년을, 중국이 2060년을 목표시점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당초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감축목표를 2017년 배출량의 75%로 설정했다. 여전히 제조업이 주력인 산업 현실을 감안한 ‘유보적 목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에 15%포인트의 감축 목표를 2050년 이내로 끌어들이는 급진적 선택을 했다. 대외적으로는 ‘기후 악당 국가’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그에 걸맞은 산업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마치 진보의 정체성을 재확인할 ‘절대강령’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는 건 문제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2050 탄소중립의 확실한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와 에너지 차관 신설 방침을 밝히고, 2021년 중 법제화 의지까지 서둘러 밝힌 대목 등이 그런 조짐의 일단이다.

탄소중립 정책은 섣불리 ‘대못’부터 박기 전에, 국가 에너지 상황 전반을 재검토하고 조율해 최적의 유기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고차방정식 문제다.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되, 어떻게 현재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의 기반인 ‘값 싸고 질 좋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다. 그러자면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물론, 현행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역시 같은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일례로 3차 에기본에서는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0.26%씩 증가(권고안)해 2030년 2억4,010만toe(석유환산톤)에 이른 뒤 점차 감소하는 걸 전제로 짜였다. 하지만 실제 최종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2014~2019년 2.81%로 이전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등 에기본의 전제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전기차 전환에 따라 “향후 2034년 전력생산 예측치 104GW와 맞먹은 102GW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기존 수급 전망과 신재생 에너지 확충에만 주력하는 정책 기조를 고집하며 에너지전환 정책은 물론, 탄소중립 정책까지 밀어붙일 기세다. 특히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정에서 원전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왜곡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일축하면서 다수 전문가와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실현할 합리적 에너지원으로 꼽는 원전을 급격히 감축하는 ‘탈원전’을 고수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정부 고집대로 신재생 에너지를 대폭 늘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 신재생 에너지 전력생산 단가가 충분히 하락하기 전까지 전기료 급등은 막기 어려울 것이며, 민생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위험이 크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현 정부는 그동안 소득주도성장부터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잇단 ‘막무가내 정책’으로 패착을 되풀이해 왔다. 탄소중립 정책이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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