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 암살 사건으로 중동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잇따라 방문한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쿠슈너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에미르(군주)와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에이비 버코위츠 백악관 중동 특사, 브라이언 훅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 애덤 볼러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 최고경영자 등이 쿠슈너와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의 이번 방문은 지난 3년간 지속된 사우디와 카타르 간 분쟁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을 이끈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지난 27일 암살된 직후 이뤄지는 방문인 만큼 여러 의제들이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전망했다.
앞서 쿠슈너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쿠웨이트 외무장관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는 카타르와 걸프협력회의(GCC) 간 분쟁을 중재하는 데 핵심 국가로 통한다. 사우디와 이집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 GCC 국가들은 2017년 카타르가 테러 배후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란의 지역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공통 분모 삼아 다른 국가들과 대(對)이란 전선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파크리자데 암살 며칠 전인 22일에는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를 처음으로 공식 방문해 무함마드 왕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시 코헨 국장이 배석했다. 서로를 적대시했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관계가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두 나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복원 공약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과 전통적인 지역 동맹국 간의 관계를 압박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파크리자데 암살 직후 미국 언론에서도 이번 암살의 목적이 이란 핵합의 복귀를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정책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은 즉시 이란과 미국을 암살의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못박았다. 이란 강경파를 대변하는 보수언론 카이한 신문은 여론 기고글을 통해 암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를 공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파크리자데 사망이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며 이란에 맞섰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파크리자데를 제거한 것은 중동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암살의 배후에 대해선 "모른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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