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국명 중신궈지ㆍ中芯國際)와 중국해양석유(CNOOC)를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들 기업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돼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무역 제재 명단에 올릴 예정이다. 블랙리스트에는 두 기업 외에도 중국 상무부 직속 국영기업인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신은 미 국방부가 이들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앞으로 미국 기업들은 해당 업체와 거래를 할 때 미 행정부의 사전승인(라이선스 발급)을 받아야만 한다. 이달 초 백악관은, 내년 11월부터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의 주식을 살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사실상 자금줄을 끊어두는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책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민간 회사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내다봤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세계 5위 규모 파운드리 업체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등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로 꼽혀왔다. 제재가 확정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SMIC에 공급되는 장비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금수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올해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책임 공방을 벌이는 한편 홍콩 민주화를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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