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19 조사 요구한 호주에 뿔난 中
호주산 쇠고기 등 수입 막고 호주 유학도 금지
중국 정부가 호주산 와인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값싼 호주산 와인이 자국 산업에 해를 끼친다고 보고 최종 판단 전까지 호주산 와인을 수입하려면 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앞서 호주산 쇠고기 수입과 호주 유학 등을 금지한 데 이어 또 '호주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27일 호주산 와인 덤핑으로 관련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예비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임시 조치로 28일부터 덤핑 문제가 제기된 호주산 와인을 수입하려면 세관당국에 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보증금은 최저 107.1%에서 최대 212.2%로, 이를 감당하려면 시중 판매가는 기존보다 2~3배 오르게 돼 제품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정부가 호주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및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 조사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의 결과다.
이날 발표는 즉각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와인 제조·유통업체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 주가는 11%이상 폭락한 뒤 거래가 중단됐다. 최대 와인 수출 시장을 잃게 생긴 호주는 세계무역기구(WTO) 개입도 모색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호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와인 수출은 사상 최대인 13억호주달러(약 1조58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지난 9월까지 수출액이 이미 12억호주달러를 넘었다.
2018년 호주가 5세대(G) 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기업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한 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미국이 호주를 포함한 동맹국에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불매를 압박했던 당시 중국은 "미국 편을 들었다"며 호주를 비난했다. 올해 호주가 코로나19 사태 관련 국제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요구하자 중국의 '대(對) 호주 무역 보복'이 본격화됐다. 지난 5월 호주 쇠고기 수입을 일부 막더니 6월에는 자국민의 호주 유학과 관광을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호주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호주 시드니공대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제임스 로렌슨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서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연설도 부족하다고 본 중국 정부가 (호주에 대한) 통상 압력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모리슨 총리는 중국이 자국민들을 빈곤에서 구한 것을 칭찬하고 미중 경쟁 속에 호주가 미국 편을 들었다는 인식은 오해가 있다고 발언했다.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도모하려는 발언이었으나 기대와 달리 양국 관계는 풀리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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