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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이낙연 정체성 불분명, 이재명 포퓰리스트… 보수 후보 경쟁력 내가 가장 높아"

입력
2020.11.26 20:00
수정
2020.11.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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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 여정 시작한 유승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사와 따로 만나는 인터뷰가 1년 1개월만”이라고 했다. 18일 문을 연 희망22 사무실을 “대선 캠프라 부르지 않는다”면서도 “그동안 활동이 없었으니 남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2월 불출마 선언 후 국민의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앞으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불화했던 여당 원내대표, 보수 개혁 정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정치인, 중도를 품은 보수 대선후보에 재도전하는 유 전 의원을 25일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과 만나 대권 도전과 국민의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과 만나 대권 도전과 국민의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선 여정 시작, 경제 행보로 승부 보겠다"

-본격적으로 대선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내년 대선까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서울시장 선거가 갑자기 나왔다. 누구든 우리 후보가 되도록 도와드리겠다. 그 결과가 대선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 후 바로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고 해서 국회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내고 경제 행보를 많이 하려 한다. 경제에 대한 비전, 정책을 계속 발표할 것이다. 여기(사무실 벽 플래카드) 보면 ‘결국은 경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 장소 첫 토론회 주제는 부동산이었고, 두번째 토론회는 청년실업으로 예고했다. 복지 노동 주택 교육까지 포함하는 경제 문제를 살피겠다. 제 강점이 경제라고 생각하니까. 검찰개혁이다 적폐청산이다 공수처다 온갖 이슈들이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결국 경제가 부각될 것이다. 코로나가 오래 가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하겠다. 그 동안 활동이 워낙 없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서울시장 선거 얘기했으니, 당내에 어떤 후보를 꼽을 수 있나.

“좋은 후보들 많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혜훈 전 대표가 출마선언했고, 나경원 전 대표도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서울 지역구의 초선의원 중에서도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권영세 의원도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민주당에서 장관, 국회의원 하고 있는 사람들이 커 보이고 우리 당 후보들을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 스스로도 있는데 그럴 필요 전혀 없다. 완전히 실패한 정부의 장관, 거수기 의원들이 대단한 자랑인가. 스스로 낮추지 말고 나가자는 생각이다.”

-여권에 유력한 대선주자는 두 분이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시 너무 고평가돼 있다. 한 분은 굉장히 위험한 포퓰리스트고 한 분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갈지 분명하지 않다. 이낙연 대표의 경우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 정치하는 사람이 오래 고민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나라 만들겠다는 게 있어야 하는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거지? 성향이 진보인가, 보수인가? 점잖고 신사인 건 알겠는데 비전이나 정책은 모르겠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말하는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까지 모든 이야기가 너무 위험하다. 악성 포퓰리스트다. 트럼프 미 대통령하고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다. 대통령이 되면 나라 살림을 5년 안에 거의 다 탕진할 그런 사람 아닌가 생각한다. 두 분 지지도가 높다지만 정체상태고, 민주당 지지도를 2분의 1씩 나눠 가진 모양이다. 민주당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던데 제3후보가 안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본다. 이 지사가 친문들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통할지 모른다. 친문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제3의 후보가 나와 여당 경선 판도가 요동 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위험한 포퓰리스트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위험한 포퓰리스트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홍준표 의원 아니었나?

“우리 쪽 후보를 폄하할 생각은 없는데…. 홍 전 대표가 그런 별명이 있다. 이번에 트럼프 실패하는 거 보고 실망하셨을 것 같다. (웃음) 홍 전 대표는 저보다 훨씬 보수적인 분이고 그래서 보수 표는 자기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쨌건 다 들어와서 당신 같은 후보가 과연 정권교체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경쟁자로 어떻게 보나.

“정치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여권 후보인지 야권 후보인지 모든 게 불확실하다. 정치 해보면 어렵다. 정치를 한 점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하면서 비전과 정책을 이야기하기가 진짜 힘들다. 월급 받는 임명직 공무원 하다가, 그것도 부하직원들 막 거느리다가 정치 뛰어들어서 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발심단계일 거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겠나, 이걸 왜 해야 하지…. 괴로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웰컴이다.”


"안철수 홍준표 윤석열 누구든 링에 오르게 해야"

-윤 총장이 가장 강력한 야권 후보라는 건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그런 측면이 있겠다. 탄핵 이전과 달라진 게 뭐 있냐, 소위 태극기부대라는 극우 세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 총선 뒤에도 개혁이나 혁신이 약하지 않았느냐 이런 시각이 있다. 반성할 부분이다. 최근에 확인한 민심 즉 총선결과를 보면 253개 지역구 득표율이 41.5%이고 민주당은 49.9%로 8.4%포인트 차이가 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득표율은 51.6%였다. 다시 51.6%로 올리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어디서 가져올 거냐. 수도권 중도층 젊은층이다.

링 위에 다 올라오라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지금부터 중도+보수에서 드라마틱한 대선 레이스를 보여야 한다. 윤 총장이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든 홍 전 대표든 다 불러놓고 단일후보를 내자. 운동장을 넓게 쓰자. 국민의힘이 문호를 다 개방해서 경선 룰이든 당 혁신이든 다 들어줄 테니 제일 경쟁력 있는 사람 뽑아서 정권교체를 꼭 하자는 것이다. 대선은 보나마나 박빙으로 간다. 투표율도 높을 것이다. 탄핵 이후 떠난 유권자를 누가 누가 모셔올 거냐. 그런 점에서 본선 경쟁력은, 경제 면에서나 정치적으로도, 제가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신한다. 경제로 승부를 걸겠다.”

-룰을 만드는 과정에 진통이 있을텐데.

“상식적으로 하면 된다. 만약 국민의힘 보수 당원들이 대선 후보 결정하는 룰이라면 누가 들어오겠나? 홍 전 대표는 좋아할지 몰라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예선은 국민 100%, 본선은 국민 80% 당원 20%를 반영하는데, 대선후보 경선도 거의 같을 것으로 예상한다. 재보궐선거 후 새 지도부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를 해 나가면 국민들이 하루 만에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지지층을 결집시킬 자신은 있나. 이제는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당원들과 화해가 필요하다. 영남, 보수 색채 강한 당원들에게 ‘우리가 정권교체하고 집권해야 하고 수도권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와서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따져봐야 소용없으니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하겠다. 지역적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호남 유권자들이 저한테 거부감은 없지만 안 찍어준다. 선거 막판에 가면 전략적 투표를 한다. 보수 영남 유권자들도 제발 전략적으로 투표해 주시라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기 비대위 띄워야…당내 문제 목소리 내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국민의힘은 왜 안 변하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추구하는 방향이 지금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저 앞에서 혼자 깃발 흔들고 당은 안 따라오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노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 당원들,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위원장들이 비대위원장과 같이 안 가는 문제가 있는 것같다. 예컨대 의원총회를 하면 비대위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 공정경제3법이 됐든 중대재해처벌법이 됐든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이든 예전 국가보안법·사학법 개정 때처럼 방문 걸어 잠그고 결론 날 때까지 토론해야 하지 않겠나. 총선 직후 당선자들이 당이 가야 할 방향과 리더십에 대해 결정할 때도 교황선출 비슷하게 만장일치될 때까지 토론해 결정하라 했는데 급하게 비대위원장 모시는 쪽으로 절충하더라. 위원장이 당의 방향이나 중요한 입장을 정할 때 의원들과 더 소통해야 하고, 의원들도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졌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21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약간 움직임이 있더니 지금 공동묘지 비슷하다. 양쪽 다 노력할 부분이 있다. 지금 비대위는 문제가 있다.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 또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외부 누구든 같이 할 수 있게 유연하게 나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김 위원장한테 건의하겠다.”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기는 있나. 초선의원들은 좀 다른 듯하나 구심점이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의원 103명 중 초선의원 58명은 과거 친이·친박 공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영남 초선을 포함해 개혁 보수, 당 혁신의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이 살려면 초선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선, 3선 의원들 이상한 소리에 주눅들지 말고 패기를 갖고 고민해서 정치를 어떻게 할지 정하라고 말한다. 곧 젊은 초선의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것 같다. 당에서 내 역할이 있다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좀 시끄럽더라도 우리가 집권하면 어떤 가치를 만들지 전략과 정책에 대해 치열하게 치고 받고 토론한다면 김 위원장도 환영할 것이다. 당내 문제에 대해 이제부터는 목소리를 내겠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못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3년을 넘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부보다 더 못한 정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당 대표 시절에 입만 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판했다. 여당 의원으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그 9년 동안 이대로 가면 집권 못한다는 비판을 누구보다 많이 했으니까. 2017년 문 대통령 취임식에 갔었는데, ‘국민의 서러운 눈물 닦아드리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지 않나. 말이 굉장히 멋있었다. 그 분이 또 잘 생겼다. 선하게 생겼다. 국민들이 다 속은 거다. 저렇게 비겁하고 위선적이고 속된 표현으로 광 파는 자리에 나와 사진만 찍고 국가 지도자, 국군 통수권자가 꼭 있어야 할 자리, 국민들한테 설명하고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할 자리에는 한번도 안 나온다.”

-이 정부가 잘 한 일은 없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무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솔직하고, 당당하다.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제주해군기지 보면 자기 지지층을 배신하다시피 하면서 국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면 했다. 검찰에서도 손 떼고 검찰 스스로 개혁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믿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하고 전혀 다르다. 비겁하고 위선적이고 숨고 무능하다. 문 대통령 현직 울산시장과 관계를 볼 때 부정선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상당하다. 이건 노 전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민주당 좀 지지해줘’ 한마디 했다가 탄핵당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복지는 돈을 많이 쓴 거고, 교육엔 관심 없고, 민노총 한국노총 그렇게 친하면서 노동개혁 하나도 안 했다. 안보는 서로 생각이 워낙 달라 제 입장에서 도저히 잘 했다고 생각해줄 수가 없다. 잘 한 게 뭐가 있나?”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왼쪽 사진)과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기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왕태석 선임기자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왼쪽 사진)과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기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 방역은.

“외국에서도 칭찬을 많이 하니까 약간의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그게 대통령이 잘 한 건가. 의사 간호사 국민들의 협조 덕분이다.”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정부가 전문가 의견 묵살 않고 잘 했다. 야당이 코로나 정국에 정부 발목잡기로 일관하니까 유권자들이 질리고 실망한 게 총선 결과로 나타난 것 아닌가.

“메르스 때 박근혜 정부의 늑장대처에 비판은 있었지만 지금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총선 패배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합치긴 합쳤는데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점, 공천을 다섯 번 뒤집은 호떡 공천, 후보 몇 명의 망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재난지원금 100% 지급이다. 총선 전 황교안 당시 대표하고 김종인 당시 선대위원장이 다 100만원씩 주자고 할 때 나는 이런 걸로 경쟁하면 절대 못 이긴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기름을 부어서 100% 지급됐다. 그 공이 전부 이 정권에 돌아갔다. 나는 100만원 안 받았지만, 우리 당의 철학으로는 그 돈으로 진짜 어려운 사람들 두 번 세 번 줘야 옳다.”

-지금도 3차 재난지원금 3조6,00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자는 이야기가 야당에서부터 나왔다.

“당연히 드려야 한다. 나는 계단식으로 주자는 입장이다. 소득 하위 20%에 150만원, 20~40%은 100만원, 40~50%는 50만원 슬라이딩 방식이다. 자영업만 골라 주자는 게 아니라 소득 하위 50%에 다 드리자는 거다. 1차 때 14조원이 들었는데 지금 3조6,000억원의 서너 배 아닌가. 재난지원금을 3차, 4차, 5차 계속 드려야 하면 다른 예산을 깎을 수밖에 없다. 뉴딜 예산 160조원 빼고 차라리 어려운 국민들 돕자고 선명하게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월 예산심의에 합의해 줄 필요가 없다. 앞으로 실업자가 더 많이 나올 텐데 이제까지는 기업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부실기업 나오면서 대량실업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실업급여 주는 고용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런 데 돈을 써야 한다.

우리 당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제일 먼저 나오지만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은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1인당 5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면 사회복지예산 통틀어도 안 된다.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도 한국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come·UBI)을 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기계가 모든 걸 대체하고 실업률이 40~50% 될 때 하는 거다. 뒤플로 교수는 선택적 금융지원을 어려운 분들한테 해야 한다는데 제 말과 같은 거다. 이런 쟁점을 만들어서 민주당과 토론해야 한다. 정책적인 면에서 국민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


"재개발 재건축이 집값 잡기 관건… 보유세는 올려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정부의 정책에 문제 많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렸었고 지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면도 있다. 말한 대로 정권교체 하면 바로 집값 잡을 수 있나.

“자신 있다.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전월세가가 들먹인 건 사실이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많았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쉽게 됐다. 분명히 유동성 문제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보다도 훨씬 화끈하게 돈이 풀린 다른 나라들이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올랐느냐?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첫 단추부터 24번째 단추까지 엉망으로 꿰어서 그렇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이 전부 830만호인데 공공임대 150만호, 등록임대 150만호 빼고 530만호가 집 두 채 이상 갖고 전세 주는 민간임대시장이다. 그런데 이 임대시장을 임대차 3법으로 마비시켜 놓고 입만 열면 공공 재개발, 공공임대다. 공공임대주택은 돈 한 푼도 없어 전세고 월세고 못 사는 저소득층, 빈곤층에게 필요한 거다. 그 외에는 처음에 월세 살다가 대출 받아 전세 살다가 전세 보증금이랑 대출로 내 집 마련하는 꿈을 갖고 주택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 아닌가. 거기서 제일 중요한 게 가격이다. 매매가, 전월세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빚내서 집 사라 했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난하는데 상식적으로 빚 안 끼고 자기 집 사는 사람 몇 명이나 되나. 문제는 과도한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이지만 LTV DTI 규제가 워낙 강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상황과는 다르다. 나는 DTI는 좀 강하게 규제해도 LTV는 완화해 주자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취임할 때부터 '유동성이나 저금리 문제는 수요에 반영되니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확대해야겠구나' 생각해서 택지 개발하고 아파트 짓게 했으면 지금 이렇게 됐겠나. 공급에 손 놓고 있다가 몇 년 뒤 난리가 날 것을 예측했어야 했다. 집권 3년 반 동안 엉터리 정책으로 망쳐 놓고 이제 와서 유동성 때문이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당장 해야 할 정책은 뭘까. 공급은 시간이 걸린다.

“재개발 재건축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일 이슈가 될 부분이다. 재개발 재건축을 풀면 일단 기대심리가 있어서 지금 꼭대기라 생각하고 팔 것이다. 정책만 바꿔도 가격 변동이 오고 물량이 쏟아지면 분명히 바뀐다. 신도시 개발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88서울올림픽 후에 압구정동 아파트 등 서울 집값이 요즘처럼 겁나게 올랐을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주택 200만호 건설했다. 분당에 9만7,000호를 건설하니까 강남 집값이 10년 동안 안 올랐다. 실공급의 위력이다.”

-세금폭탄 논란이 있는 세제는.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재산세, 종부세가 보유세고, 취득세가 거래세, 또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있는데 다 합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세금부담이 높다. 거래세가 특히 높다. 보유세는 재산세로 통합하되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내려야 한다. 이렇게 세제개혁을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권교체만 되면 집값 안정에 자신 있다"고 했다. 재건축 재개발은 신속히 풀되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대근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은 "정권교체만 되면 집값 안정에 자신 있다"고 했다. 재건축 재개발은 신속히 풀되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대근 기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죄 처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지난 대선에서도 낙태 금지를 폐지하자고 주장했고 욕을 좀 먹었지만 이후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을 존중하되 태아의 생명권도 고려해 낙태 허용에 일부 제한은 필요하다. 의사나 낙태 여성에 대한 처벌은 조금 과하다고 보인다. 벌금형 정도면 모를까.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직장 학교 등에서 차별은 금지돼야 한다. 다만 동성 간 결혼이나 동성 부부의 입양 등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너무 빠르지 않나 한다. 성전환 군인의 군복무 같은 문제도 군대라는 특수 환경에서 조직의 목적과 상충될 수 있으니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건지.

“차별금지법 안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포함되면 이 법을 근거로 모든 데에 적용될 수 있다. 국회에 있다면 법안에는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별에는 반대하는데 차별금지법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논리적 모순 아닌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말했던 성 소수자 군복무 제한 등이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의 인식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닐까.”


"바른정당 실패했지만 올바른 시도"

-본인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소신 있고, 원칙적이고, 합리적이고, 토론도 잘 하지만, 난맥상에서 돌파력이 떨어지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2000년 2월에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치를 시작해 21년 가까이 됐다. 처음 8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야당을 했고 투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대통령한테 굉장히 미움을 받은 국회의원이었다. 그래도 따뜻한 큰 집에서 평탄했다. 그런데 2015년에 새누리당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하다가 임기를 못 채우고 그만뒀고, 2016년에 공천 학살을 당하고 탄핵이 있었다. 탄핵에 앞장섰고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바른정당 만들고 나서 올 2월에 들어올 때까지 3년 2개월의 시간은 ‘죽음의 계곡’이었다. 추운 겨울날 길바닥에 옷도 안 입고 나앉은 기분이었다. 자유한국당으로 많이 돌아가고 새로운보수당까지 남은 인력은 얼마 안 됐다. 사람에 대한 포용력, 흡인력 말씀하시는데 그래도 끝까지 뜻을 같이하면서 남아 있는 동지들이 굉장히 많다. 권력으로 공천해 본 적 없고 돈으로 사람 부릴 처지가 아닌데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전·현직 의원, 위원장, 당 사무처 동지들, 국회 보좌진이 있다. 그들이 밤에 의자 조립하고 책상 조립하고 해서 꾸린 사무실이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선거 나가려는 정치인 누구보다도 내 주변에 뜻을 같이 하는 오래 된 동지가 많다. 압도적으로 많다. 하여튼 마음을 잡는 노력을 더 하겠다.”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지 않나. 예컨대 바른정당을 만들어 나갔는데도 탈당사태를 못 막았다. 강한 메시지를 내고 설득하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었나.

“사실 탈당할 때 진짜 개혁보수 정당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것은 저와 가까운 의원들뿐이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모시고 해보자는 기대로 나왔던 분들은 쉽게 돌아갔다. 2차 탈당도 있었다. 정의당처럼 제로(0)에서 시작해 국회의원 6명 만든 이런 정당이 아니라 법 마음대로 바꾸던 원내 1당에서 나와서 작은 정당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저의 정치력, 설득력 부족도 있고, 그들 나름의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겠다. 개혁보수로 가자는 이야기야 싫어할 정도로 했지만 동의를 안 한 거다.”

-결과적으로 바른정당 창당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뭔가.

“바른정당은 실패했으나 올바른 시도였다. 새로운 가치, 새로운 정치로 철저하게 무장이 안 돼 실패했다. 계속 갔으면 보수정치가 변하는 데에 좋았을 것이다. 올 2월에 돌아오면서 다른 요구는 아무것도 없고 개혁보수로 가자고 이야기했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영남권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안 한다, 바른정당이 시도는 좋았는데 아스팔트 위에서 못 견디고 실패했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기득권 집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아닐까.

“지금 여당은 어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권력을 주체 못 해 변하는 모습을 봤는데, 문재인 정부는 단 몇 년 만에 저렇게 타락해서 진보란 말을 어떻게 쓰나 생각이 들 정도다. 나라를 위해서 진짜 잘해주길 바라고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순진한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겪어볼수록 아니다. 이해찬 전 대표 말대로 20년, 50년 집권하도록 뒀다가는 나라가 절단 나겠다. 5년 만에 꼭 끝내야 된다. 원래 나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운동권 출신, 법과 약속 안 지키고 어지간한 부패나 성범죄에 대해 자기들끼리는 굉장히 관대하다. 국민들이 속았다."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속성 아닌가.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 야당 만들어 진보의 건강한 목소리를 내게 하고, 국정은 우리가 책임지고 해 나가야겠다.”

김희원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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