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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눈물 닦으려” 보석 신청 김봉현… 9년 전 피해자는 여전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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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해자 눈물 닦으려” 보석 신청 김봉현… 9년 전 피해자는 여전히 울고 있다

입력
2020.11.27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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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형·책임회피 노릴 때만 피해 회복 강조"

2011년 8월 60억원대 공연투자 사기사건으로 구속됐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당시 투자 피해자 A씨에게 보내려고 서울구치소에서 작성한 편지.

2011년 8월 60억원대 공연투자 사기사건으로 구속됐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당시 투자 피해자 A씨에게 보내려고 서울구치소에서 작성한 편지.

“검찰이 저인망식으로 다 잡아서 피해자들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 내가 피해자들 눈물을 닦아드리겠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봉현(46ㆍ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보석심문기일이 다음달 2일로 연기됐다. 김봉현 전 회장은 그간 보석 청구 핵심사유로 ‘피해 회복’을 들었다. 그러나 과거 김 전 회장 관련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피해 회복은커녕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ㆍ이승환 콘서트 투자사기로 기소됐지만… 재판 막판 변수에 솜방방이 처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13년 9월 8일 작성한 노트. 김 전 회장은 당시 사기 공범으로 함께 연루됐으나, 해외로 도피했던 최측근이 국내서 구속되자 그를 면회하기 직전 해야 할 말을 메모 형식으로 노트에 남겼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13년 9월 8일 작성한 노트. 김 전 회장은 당시 사기 공범으로 함께 연루됐으나, 해외로 도피했던 최측근이 국내서 구속되자 그를 면회하기 직전 해야 할 말을 메모 형식으로 노트에 남겼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김 전 회장은 9년 전 공연기획사 태봉이엔씨 회장 시절 60억원대 공연투자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해당 사건으로 김 전 회장은 2011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투자금으로 모은 회삿돈 1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2년 2월엔 횡령 뿐만 아니라 투자 사기의 책임자로 지목돼 유사수신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횡령금을 당시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주거비, 룸살롱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당시 공소장에는 “피고인(김봉현)은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해 가수 비ㆍ이승환ㆍ넥스트 콘서트 등 공연 투자 설명회를 주도하고 투자금을 관리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1심 재판 결과, 김 전 회장은 60억원대 사기 사건 중 3억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재판 막판에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당시 해외로 도피해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았던 태봉이엔씨 대표 손모씨가 김 전 회장 측에 녹취록을 보낸 게 변수가 됐다. 손씨는 “김 전 회장에게 준 돈은 개인적 채무이며, 김 전 회장은 사기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9년 전에도 ‘피해 회복’ 운운… 약속한 돈 안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억 4,500만원 사기 피해자인 B씨를 2015년 1월 만나 작성한 지불 각서. 김 전 회장은 지불 각서를 대가로 B씨에게 공범 손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받아냈지만, 약속한 금액 중 절반 가량만 지급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억 4,500만원 사기 피해자인 B씨를 2015년 1월 만나 작성한 지불 각서. 김 전 회장은 지불 각서를 대가로 B씨에게 공범 손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받아냈지만, 약속한 금액 중 절반 가량만 지급했다.

김 전 회장은 해당 사건이 터질 무렵부터 피해자 회복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당시 투자금을 반환해달라는 피해자들을 찾아가 합의를 종용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는 옥중 편지를 쓰기도 했다. 1억원 사기 피해를 입은 A씨에게 김 전 회장은 “태봉 회장으로서 도의적으로 피해보신 분들께는 어떤 형태로든 피해보상을 해드리고 싶고 해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전 회장은 출소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찾아갔다. 당시는 해외로 도피했던 손씨가 국내에서 구속된 상태였다. 1억 4,500만원을 사기당한 B씨는 “갑자기 김 전 회장이 손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써달라며 찾아왔다”며 “교도소에서 하느님을 영접했으니 '내가 손씨 돈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B씨는 “피해금 일부라도 받고 싶으면 합의를 해달라”는 김 전 회장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지불 각서’까지 작성했지만, 약속한 금액은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 회복’이라는 순수성 믿기 어려운 이유

김 전 회장이 피해자 회복에 신경쓴 이유는 그무렵 작성된 그의 노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2013년 9월 8일 체포된 손씨를 만나기 직전 손씨에 대한 메모 하나를 남겼다. 김 전 회장은 “경제사건이니 꼭 합의를 봐야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합의를 볼 생각이다. 나까지 같은 사람이 되면 절대 일을 볼 수 없다”고 적었다. 당시 손씨는 B씨에게 편지를 보내 '모든 일은 김 전 회장이 꾸민 일’이라고 털어놓는 등 김 전 회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결국 김 전 회장이 ‘피해자 회복’을 강조할 때마다, 그는 재판에서 감형을 원하거나, 사기 책임을 뒤집어쓸 상황에 처해 있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피해자 회복’을 내세운 것이니, 순수성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본보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피해자 회복을 입에 올리며 보석을 신청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절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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