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힌 가평 사과 5,000상자 완판 시킨 서울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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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막힌 가평 사과 5,000상자 완판 시킨 서울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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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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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하는 상생상회와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핑라이브'가 지난 2일 경기 가평의 한 사과농장에서 모바일 생방송으로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당도 14.3브릭스! 달콤하고 아삭해요. 이것 보세요. 벌도 날아들잖아요.”

지난 2일 서울시와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핑라이브’가 공동 기획한 ‘수해농가 응원 라이브 가평 사과 앵콜 기획전’이 방송된 경기 가평군의 한 사과농장. “당도는 어때요?”라는 시청자 질문에 진행자가 빨갛게 익은 사과를 직접 칼로 쪼개 측정된 수치를 보여줬다. 이어 사과를 한 입 깨물자, 어디선가 날아 온 벌도 사과에 살포시 내려 앉아 흘러내리는 과즙을 만끽했다.

이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생생히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주문 버튼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순간 최대 접속자도 2만3,000명으로 치솟았다. 60분 방송 종료 3분을 남기고, 5㎏(2만7,500원)과 10㎏(5만3,000원) 합쳐 준비된 물량이 품절됐다. 방송 후에도 ‘더 살 수 없나요’라고 문의가 쏟아져 네이버쇼핑을 통해 수일간 온라인 추가 판매까지 이어지며 총 판매된 물량은 무려 1,500상자(4,400만원).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의 라이브커머스 위력이 새삼 확인된 기획전이었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와 예년에 비해 과수의 크기가 30% 가량 작아져 판로 걱정이 컸던 김근재(58) 가평사과연합회장의 얼굴에도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그는 “추석이 끼고 날씨가 좋은 매년 9, 10월쯤이면 관광객들이 나들이나 사과따기 체험을 위해 가평을 많이 찾아 직접 사과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막막했다”며 “서울시 '상생상회' 덕분에 지난 9월 1차 3,500박스(8,000만원)에 이어 수확한 물량을 모두 팔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역 중ㆍ소농을 돕고 판로를 지원하려 2018년 11월 서울 안국역 인근에 세운 매장 ‘상생상회’. 상생상회는 국내 152개 지역 640여개 업체에서 생산한 농수특산물과 가공식품을 심사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상생상회, 지역 농수특산물 라이브커머스ㆍ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운 판로 개척

농민들에게 올해는 시련의 한해였다. 여물어가던 곡식과 과일이 장장 54일 동안 계속된 장마에 맥없이 땅에 떨어지거나 곰팡이가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은 시시때때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장애물을 만들어, 지역의 농민들이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농수특산물을 오프라인으로 팔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갔다.

도농간 물자 교류마저 끊길 위기에 서울시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그 중심에는 지역 중ㆍ소농을 돕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 11월 서울 안국역 인근에 세운 매장 ‘상생상회’가 있다. 상생상회는 국내 152개 지역 640여개 업체에서 생산한 농수특산물과 가공식품을 심사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생산자에게는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 등 유통비용을 낮춰주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하며 큰 인기를 누려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판로가 막힌 올해는 온라인쇼핑몰과 라이브커머스 등을 활용한 비대면 판매로 눈을 돌려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먼저 지난 8월과 9월 수해 농가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농민을 돕기 위해 CJ올리브네트웍스와 라이브커머스, 오픈마켓 ‘11번가’와는 온라인 기획전을 진행했다. 추석을 앞둔 9월 16~27일에는 11번가에 11개 시도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300여 품목을 최대 30% 할인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도 열었다. 이는 매년 추석 전 일주일 가량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해 온 ‘추석 장터’를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대체한 것이다.

또 지난 9월부터는 상생상회와 네이버가 매주 지역 현장으로 내려가 라이브쇼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경기 가평ㆍ강원 양구(사과), 충남 천안(샤인머스캣)ㆍ공주(밤), 충북 보은(대추), 경남 고성(홍가리비), 전남 해남(꿀고구마), 제주(감귤ㆍ은갈치ㆍ돼지고기)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방송에 필요한 장비와 소규모 정예 인력만 이동하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귤을 구매했던 직장인 박소라씨는 “쌍방향 소통으로 가격이나 크기, 신선도 등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상생상회는 11번가와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도 입점해 상설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21일 서울시 상생상회와 11번가가 손잡고 진행한 추석농수특산물 서울장터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충북에서 생산된 샤인머스켓과 원수삼(5년근), 천연꿀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상생상회를 비롯한 각종 직거래를 통해 판매한 농수특산물은 69억원이었는데 이를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한 올해는 107억원으로 55.1% 증가했다. 명승욱 상생상회 운영팀장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매장 판매가 100%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 판매 비중이 80%로 치솟아 완전히 양상이 바뀌었다”며 “판매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카드사 제휴 할인 혜택에 무료 배송 혜택까지 제공한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산지 식재료 공급 '도농상생 공공급식' 이용시설 600여곳 추가 발굴

서울시는 또 산지의 식재료를 공급해 시민에게는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농촌경제도 활성화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공공급식에 참여하는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 등을 600여곳 추가 발굴했고, 전체 공급 식재료 중 친환경농산물의 비중도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조인동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난해 5월 지역상생 종합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한 농수산물 판로 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해 지역과의 상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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