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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유기견보호소 학대 의혹... 소장 vs 봉사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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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양주 유기견보호소 학대 의혹... 소장 vs 봉사자 갈등

입력
2020.1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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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 "소장이 유기동물 때리고 욕해"
보호소장 "싸움 말리려고 개입한 게 전부"
경기도 실태조사 착수... 전문가 "대책 시급"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비영리 민간단체 남양주유기견보호소의 메인 이미지. 유기견과 유기묘를 합쳐 총 205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보호소 제공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비영리 민간단체 남양주유기견보호소의 메인 이미지. 유기견과 유기묘를 합쳐 총 205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보호소 제공

유기 동물 200여마리를 보호 중인 경기 남양주시 소재 유기견보호소(비영리 민간단체) 측이 보호 동물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방자치단체가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소 봉사자들로부터 “소장이 더 이상 보호소를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민원을 접수한 경기도는 2일부터 유기견보호소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보호소 운영을 책임진 임모 소장은 2006년 유기견 20마리를 구조한 것으로 유기동물 보호 업무를 시작한 '1세대 보호소장'이다. 10년 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이동한 뒤 줄곧 보호소에서 생활해 "잘 곳도 포기한 채 유기 동물에게 헌신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곳에는 현재 유기견 179마리, 유기묘 25마리가 있는데, 상시로 일하는 임 소장과 직원 1명에 더해, 이사진 4명과 스탭 2명이 운영을 돕고 있다. 별도로 주말마다 평균 20명의 봉사자가 이 곳을 찾는다. 2016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됐고 지난해 1억4,000만원의 예산을 썼다.

“강아지에 욕설하고 때려” 봉사자들 신고 접수

지난해 봉사자들이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역(사진 왼쪽)과 보호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달린 답변(오른쪽). 보호소 제공

지난해 봉사자들이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역(사진 왼쪽)과 보호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달린 답변(오른쪽). 보호소 제공

그러나 한국일보가 접촉한 봉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임 소장은 2, 3년 전부터 보호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유기동물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폭력을 행사했고, 후원금·사료·봉사자 등 관리 자원이 충분한데도 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것이 봉사자들의 주장이다. 이 곳에서 3년 6개월간 봉사를 했다는 A(34)씨는 “그간 상황을 지켜본 봉사자들이 대화를 시도해도 오히려 봉사자들을 쫓아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봉사자들끼리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를 보면, 임 소장이 말을 듣지 않는 강아지를 바닥에 집어 던진 뒤 도망치는 강아지를 쫓아가 발길질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같은 해 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임 소장이 동물들에게 고함치며 욕을 한다는 항의가 있었다. 올해 여름부터는 병원 치료가 필요했던 동물을 제때 데려가지 않았고, 봉사자들의 도움도 거절해 질병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임 소장은 “강아지들이 싸울 때 떨어뜨려 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리력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학대한 적은 없다”며 “폭행하는 상황이 담긴 동영상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최근 왼쪽 눈에 안내장 진단을 받은 '달이(왼쪽)'와 뱃가죽이 홀쭉할 정도로 말라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찬미(오른쪽)'. 봉사자들은 "보호소는 한달 후원금이 약 800만원으로 이들을 돌볼 여력이 충분했지만 그간 소장이 '필요 없다'며 이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호소 제공

최근 왼쪽 눈에 안내장 진단을 받은 '달이(왼쪽)'와 뱃가죽이 홀쭉할 정도로 말라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찬미(오른쪽)'. 봉사자들은 "보호소는 한달 후원금이 약 800만원으로 이들을 돌볼 여력이 충분했지만 그간 소장이 '필요 없다'며 이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호소 제공


보호소장 "사실무근, 10년간 헌신했는데..."

지난 18일 방문한 남양주유기견보호소 모습. 이날도 임 소장은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웠고, 봉사자 19명으로 구성된 임시운영위원회 소속 봉사자들이 동물들을 돌보고 있었다. 김현종 기자

지난 18일 방문한 남양주유기견보호소 모습. 이날도 임 소장은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웠고, 봉사자 19명으로 구성된 임시운영위원회 소속 봉사자들이 동물들을 돌보고 있었다. 김현종 기자

동물 학대 의혹으로 시작된 남양주보호소의 대립은 날로 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 소장은 평일 근무 시간에도 "봉사자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봉사자들의 운영진 자격을 박탈하고, 문제를 제기한 봉사자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어 운영자와 봉사자 간의 소송전까지 예고돼 있다.

전문가들은 사설보호소를 둘러싼 학대나 후원금 횡령 등 의혹이 반복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적극적 중재 및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사설보호소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법규가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보니, 소장과 봉사자들이 갈등을 빚는 일이 잦다. 지난해 한 사설보호소장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9월엔 보호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10년째 사설보호소의 개념과 운영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에서야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며 "200의 생명이 달린 일인만큼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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