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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다른 태국 반정부 시위, 왕실자산국 앞까지 진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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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다른 태국 반정부 시위, 왕실자산국 앞까지 진출 예고

입력
2020.11.25 14:40
수정
2020.11.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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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독일 도피한 국왕에 대한 반감 응집
자산국 구성하는 군부ㆍ정권 실세 퇴진 강조 의미도
집회 과열되면 시위대에 왕실모독죄 대거 적용 가능성

태국의 한 시민이 24일 철조망이 쳐진 왕실자산국 담벼락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태국의 한 시민이 24일 철조망이 쳐진 왕실자산국 담벼락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반정부 시위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 권력의 핵심인 왕실자산국(CPB)까지 정면 조준하고 나섰다. 금기시됐던 왕실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국왕을 향해 물리적 항의까지 시작한 것이다. 현지에선 입헌군주제 완전 폐지를 요구하지 않는 시위대 행보를 근거로, 현 상황은 왕실 자체가 아닌 현 국왕 개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저녁 방콕 왕실자산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결전의 장소가 된 왕실자산국은 현 국왕이 2018년 6월 왕실의 모든 재산과 국왕 개인 재산을 합친 뒤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자산국이 관리하는 국왕의 재산은 최소 400억달러(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 국왕은 '왕실자산구조법'을 제정해 "왕실 재산을 폐지하지 못하며 재산 관리도 국왕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후 국왕은 자산국을 동원해 약 600억원을 들여 사병 부대를 만들었으며, 비행기 수집 취미를 위해 440억원을 물 쓰듯 지출했다.

국왕의 독단에 대한 태국 국민의 분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화로 결국 폭발했다. 올 3월 자국 내 전염병이 확산된 이후 국왕이 독일로 도피한 것이 확인되자 지난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통해 '왕실 개혁' 목소리가 처음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붕괴되면서 200여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최악의 경제 상황은 국왕에 대한 비판을 증폭시켰다. 시위 지도자인 인권변호사 아논 남파는 전날 "(25일 자산국 시위를 통해) 국왕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더이상 국가의 자산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왕실자산국의 구성도 시위대를 응집시키는 명분이 됐다. 자산국의 실질적 수장은 전 육군참모총장이자 강경 왕당파인 아피랏 콩솜퐁이며, 주요 보직은 군부 혹은 전 정권 실세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실개혁를 포함,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 및 군부 퇴진'과 '적폐 청산'이 자산국 한 곳에 모두 응축된 셈이다. 태국 외교가 관계자는 "시위대가 정권 퇴진에 집중했던 7월에는 민주화 기념탑에서 집회가 열렸으며, 국민 개헌안 통과에 주력하던 지난달에는 의회에서 시위가 벌어졌다"며 "자산국 앞이야 말로 국왕의 행태를 꼬집고 동시에 구세력을 모두 비판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권은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태국 경찰은 자산국 인근에 철조망을 친 뒤 병력 6,000여명을 동원해 시위 진압을 준비했다. 또한 시위대에서 "자산국 150m 이내 진입은 절대 불가한다"고 밝히며 저지선 돌파 시 무력 진압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시위 지도자들에게 최대 15년형이 가능한 왕실모독죄 적용을 위한 소환장을 전날 발송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번 집회에서도 왕실모독죄를 대거 적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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