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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승객에 '구둣발 폭행' 당한 택시기사 "아직도 손이 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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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만취 승객에 '구둣발 폭행' 당한 택시기사 "아직도 손이 떨리는데…"

입력
2020.11.24 19:30
수정
2020.11.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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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인터뷰…"가해자, 400만원에 합의 요구"
이유 없이 무차별 구타…특가법상 상해 수사 중
"술 취했다고 용서되나…죄 지은만큼 처벌받길"

경남 거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A씨가 17일 자정 무렵 40대 중반 승객 B씨에게 손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담겼다. 독자 제보

경남 거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A씨가 17일 자정 무렵 40대 중반 승객 B씨에게 손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담겼다. 독자 제보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잠이 안 오고 손이 떨립니다."

만취한 승객이 이유 없이 택시기사에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구둣발과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24일 공분이 일고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구타를 당한 40대 초반의 피해자 A씨는 택시 운행은커녕 전치 3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가해한 승객 B씨는 "술에 취해 실수한 것"이라며 400만원에 합의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사건은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벌어졌다. 여느 때와 같이 일하던 택시기사 A씨는 이때 경남 거제 고현동 부근에서 40대 중반의 B씨를 태웠다. B씨는 탑승 후 목적지를 뚜렷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1㎞ 정도 이동했을까. B씨는 A씨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고, 요금을 고지하자 문을 열고 지갑을 찾다 다시 문을 닫은 뒤 "출발 하자"고 말했다.

A씨는 "어디를 가자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B씨는 "가자"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빨리 택시비를 주고 내리시라"고 답하자 폭언과 욕설이 시작됐고 이내 구타로 이어졌다. A씨가 운행하던 차량의 블랙박스는 충격을 감지, 당시 상황을 일부 녹화했고 1분 30초 가량의 영상은 다급했던 상황을 그대로 담고있다.

영상에서는 택시에서 내리라고 한 후부터 B씨가 "엄마 뱃속에서 너 뭘 배운 것이냐" 등 심한 말을 하기 시작하고, 이에 A씨가 "욕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A씨가 뒷좌석을 잠시 돌아본 순간부터 B씨의 구둣발과 주먹이 날아왔다. 겁에 질린 A씨는 일단 차량을 출발하자 B씨는 또 "세우라"며 구타했다.



가해자 "술 취해서 실수" 주장…도주 우려 없어 불구속 수사

"때리면 안 된다", "찻길이라 사고난다"는 호소도 소용 없었다. 이렇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며 운전한 거리는 300m 가량이다. A씨는 24일 한국일보에 "출발하면서 비상등을 켜고 112에 전화를 했고, 맞느라 경찰과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함을 쳤다"며 "처음 있는 일이라 정신이 없어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도움 요청을 인지하고 위치를 추적했다. 이후 인근에 있던 경찰이 B씨를 격리, 입건하고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B씨는 A씨에게 전화해 "술에 취해서 실수했는데 미안하다"며 "지금 있는 돈이 430만원뿐이니 이 돈으로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합의를 거부했다.

B씨가 거주와 신분이 분명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경찰 단계에서 구속 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바라는 것은 죄 지은 만큼 정당하게 처벌하는 것 뿐"이라며 "강도나 살인 후 편의점에 뛰어가서 소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 그랬다고 하면 용서해줄 수 있겠느냐"고 엄벌을 청했다.

A씨는 가족에게도 차마 상황을 다 털어놓지 못 했다. 그는 "부모님과 아이들은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하루종일 울고만 있는데, 알게 됐을 때 어떤 심정일지 생각하면 그게 가장 힘들다"며 "평소 반말이나 욕설은 기본으로 하는 술에 취한 손님이 많은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손이 떨려 담담하게 일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최근 거제경찰서는 B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해 혐의를 적용,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가법 5조 10에서는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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