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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부터 마약 복용" 인니 8세 상습 절도범의 충격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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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부터 마약 복용" 인니 8세 상습 절도범의 충격 사연

입력
2020.11.24 13:19
수정
2020.11.24 13: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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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기 진정시키려 분유에 필로폰 섞어
도벽에 마약 중독까지, 관심과 협력 절실

8세 상습 절도범 이르판(왼쪽 두 번째)이 자카르타 소재 청소년재활센터에서 생활하던 모습. 콤파스 캡처

8세 상습 절도범 이르판(왼쪽 두 번째)이 자카르타 소재 청소년재활센터에서 생활하던 모습. 콤파스 캡처

인도네시아 북부칼리만탄주(州)에 사는 여덟 살 이르판(가명)은 무려 23번이나 금품을 훔치다 붙잡혔다. 청소년재활센터에서 수없이 재교육을 시켰지만 허사였다. 이르판은 절도를 하다 걸릴 때마다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으나 도벽을 고치지는 못했다. 이르판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벅찬 충격적인 사연을 품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 A씨는 현재 마약사범으로 수감 중이다. 북부칼리만탄 주정부에 따르면 A씨는 이르판 생후 2개월부터 분유에 메타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을 섞어서 이르판에게 먹였다. "우는 아기를 달래고 진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게 A씨 진술이다. 주정부 관계자는 "아마도 그 때문에 이르판이 고통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인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이르판의 엄마는 아기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이르판의 비행은 잦은 도벽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고향인 칼리만탄섬을 떠나 자카르타에 있는 청소년재활센터에 머무는 동안에도 도둑질을 이어갔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가게에서 300만루피아(23만여원)를, 담임 교사의 지갑을, 동네 자전거를 훔치는 등 절도금액은 약 1,000만루피아(78만여원)다. 그 돈으로 흡연하면 고릴라가 몸을 짓누르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대마 성분의 '고릴라담배'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 피웠다. 이르판을 붙잡은 경찰은 "이르판은 신기하게도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모든 범행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르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 재활센터와 경찰이 그를 특별하게 대했지만 마약 중독과 도벽을 바꾸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가 어려) 감옥에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재활센터에 계속 두기도 힘들어서 결국 고향으로 보냈다"며 "진퇴양난이라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르판은 내년 초 마약중독치료센터에 보내질 예정이다.

24일 현지 매체 콤파스가 아버지의 잘못으로 어린 나이에 범죄와 마약 중독에 빠진 이르판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르판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기관 간 협력,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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