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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20.11.25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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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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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여당의 소위 그린뉴딜이 지닌 문제는 탄소배출 감축 의지가 부족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8,19년 선라이즈운동, 오카시오-코르테즈, 샌더스 등 미국 진보 그룹에 의해 제시된 급진적 그린뉴딜이 많은 호응을 얻고 확산된 이면에는 이윤과 성장을 모든 것에 우선하여 사회·경제 불평등과 생태 파괴를 초래해 온 기존의 경제체제를 보다 평등하고 생태지속가능한 경제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현 정부와 여당은 성장주의·개발주의 경제운용을 유지하는 가운데 몇몇 녹색산업의 육성을 천명하며 이를 그린뉴딜로 명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조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이 선언되고 탄소배출 감축에서 일부 진전이 이루어진들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쌍둥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의 항공사 합병과 가덕도 신공항 추진도 그러한 사례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항공산업은 기후위기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18년 항공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2.4%를 차지했는데, 이는 독일 전체보다 큰 비중이다. 제트연료 생산·이동의 탄소배출, 항공기 발생 질소산화물과 비행운(雲)의 복사강제력까지 감안하면, 2018년 항공산업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인간에 의한 총 온난화의 5.9%에 이른다고 한다. 곡물추출 바이오연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탄소배출 감축 효과도 불확실하고 대규모 산림파괴와 대자본의 농업 지배로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항공산업은 기후불평등이 뚜렷한 분야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지의 지난주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가 항공산업 총 탄소배출의 절반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그로 인한 피해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거나 가끔 이용하는 대다수에게 전가되고 있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기자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기자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위기를 심각히 받아들이는 정부와 정당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방기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공항 신규 건설과 확장 중단, 단거리 노선 감축 등 항공노선 조정, 누진적 항공여객세 도입, 항공산업 탄소배출·에너지효율 규제 강화, 과잉경쟁 금지, 항공기용 온실가스 저감 기술과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을, 다른 한편으로 항공산업 노동자의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되 기후위기 대응 비용이 이들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신산업 고용연계, 재교육·재훈련, 실업급여 확대와 주택 지원 등을 포괄하는 항공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에도 제주 신공항 건설을 고수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상 공적자금은 7.7조에 달하지만, 정부는 이들에 탄소배출 감축도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강제하지 않았다. 그나마 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안정기금이 6개월간 90% 이상 고용유지 조건을 달고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외되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정규직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이 와중에도 여당은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해 가덕도 신공항안을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와 여당이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위기를 우려한다면 이 같은 성장주의·개발주의 행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을 잠정적으로 국유화하고 모든 신공항 건설 계획을 유보한 후 항공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과 사회적 협의를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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