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한 마음에 온기를…예술을 입은 섬, 문학을 지피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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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한 마음에 온기를…예술을 입은 섬, 문학을 지피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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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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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외로움과 동의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한 고독에서 위안을 얻는다. 거기에 예술이 더해지면 헛헛한 마음에도 온기가 돈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예술을 입은 섬을 소개한다.

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의 '버들선생'. 한국관광공사 제공


외로운 섬에서 신호를 보낸다, 옹진 신시모도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신시모도(신도ㆍ시도ㆍ모도를 아우르는 명칭)가 있다. 3개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지형이 대체로 완만하고 길이 잘 정비된 덕분에 걷거나 자전거 여행에 최적이다.

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의 다양한 작품들. 80여개 작품이 바다와 어우러져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3개 섬 중 가장 작은 모도 한쪽에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이일호 조각가의 초현실주의 작품 80여점이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다. 배미꾸미는 땅이 배의 밑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옛 지명이다. 2003년 이곳으로 여행 온 작가가 황량한 분위기에 반해 작업실을 냈고, 완성한 작품을 하나씩 마당에 전시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전시장 앞마당은 갯벌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수없이 날아 다닐 비행기도 작품이 된다.

배미꾸미조각공원에 가려면 신도와 시도를 거쳐야 한다.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연도교에 진입하면 바다를 향해 달리는 소년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는 듯한 소녀 조형물이 눈길을 잡는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해안에 설치한 ‘버들선생’이다. 가느다란 가지가 바람에 날리며 신비로운 소리를 낸다. 물때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만조에는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바다에 뿌리를 내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사랑받는 작품이다. 원래 손 위에 계단이 있었으나 지금은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작가는 저서 ‘어디만큼 왔니, 사랑아’에서 ‘모든 예술가들은 서로 외로운 섬에서 각자의 신호를 보낸다’고 썼다.

모든 게 꿈만 같다, 남해 노도

남해 노도가 알려진 건 전적으로 조선시대 문신이자 소설가인 서포 김만중(1637~1692) 덕분이다. 남해 외딴섬에 유폐된 그는 3년 남짓 갇혀 지내다 끝내 한양 땅을 밟지 못하고 55세에 생을 마감했다.

남해 노도선착장의 '서포의 책' 조형물.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한글소설을 썼던 그의 재기가 돋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남해 노도마을에서 바다 건너편으로 금산의 수려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포는 1686년 장희빈 일가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미움을 받고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된다. ‘구운몽’은 그 시절 홀로 남은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이다. 선천 유배가 끝나고 불과 4개월 만에 이번엔 노도로 유배된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자그마한 섬에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작가창작실 등이 꾸며져 있다.

노도까지는 상주면 벽련항에서 배로 5분가량 걸린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문학의 섬을 알리는 조형물이 반긴다.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서포만필’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성리학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사문난적으로 공격받던 시대에 한글소설을 썼으니, 국문학사에서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마을에서 작가창작실로 가는 길은 조망이 시원하다. 건너편 남면과 상주면 사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여수 돌산도도 아스라히 보인다. 김만중문학관 왼쪽 수풀에 그가 직접 팠다는 우물이 있는데, 여전히 물이 찰랑거린다. 인근에 그의 대표작에서 이름을 딴 구운몽원과 사씨남정기원이 조성돼 있다. 소설의 주요 장면을 동상으로 세웠다. 이곳에선 다랑논으로 유명한 두모마을과 남해의 진산인 금산 줄기가 꿈결처럼 펼쳐진다.

어떤 코스를 걸어도 ‘예술’, 여수 장도

장도는 여수 웅천복합신도시 앞바다의 작은 섬이다. 1930년 정채민씨 일가가 입도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주민들 사이에 진섬으로 불린다. 인근 망마산과 장도를 연계한 복합문화공간인 예울마루를 조성하면서 소박했던 섬마을이 ‘예술의 섬’으로 변신했다.

웅천지구에서 장도로 들어가는 진섬다리. 만조 때 하루 두 차례 물에 잠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수 장도에 설치된 최병수 작가의 '얼솟대'. 바다와 하늘이 캔버스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섬에 들어가려면 예나 지금이나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웅천지구와 섬을 연결하는 노두다. 예전보다 세련되고 양옆에 안전대가 생겼지만, 여전히 하루 두 번 바닷물에 잠기는 길이다. 육지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장도는 여전히 섬이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섬 안내센터에서 지도 한 장을 챙긴다. 예술의 섬이라는 별칭처럼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걸으면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관람로는 길이에 따라 ‘빠른 코스’ ‘보통 코스’ ‘여유로운 코스’로 구분하지만, 전체 해안선이1.85km인 작은 섬이라 별 의미가 없다. 어느 코스를 택하더라도 결국 전체 구간을 걷게 마련이다.

해안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우물쉼터, 전망대와 장도전시관, 잔디광장, 허브정원, 다도해정원 등 대표 볼거리를 모두 거친다. 전망대로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지이거나 경사가 완만하다. 길은 깔끔히 포장돼 있어 보행 약자도 힘들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장도에서 마주 보이는 망마산 너머에는 여수 선소유적(사적 392호)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나대용과 함께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곳이다. 굴강, 대장간, 수군을 지휘하던 세검정 등이 남아 있다. 예울마을 공연장에서 선소유적까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푸른 바다 채운 동화 같은 골목, 제주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42개 섬 중에서 상추자도와 하추차도를 비롯해 4개가 유인도고, 나머지는 무인도다. 수려한 풍경과 독특한 생활 문화를 품은 추자도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돼 새로운 볼거리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묵리 고갯길에 세워진 추자도 포토존. 날이 좋으면 수평선 위로 한라산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타일 벽화로 화사하게 장식된 추자도 영흥리 골목. 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자항은 면사무소가 자리한 섬의 중심이다. 섬마을 골목이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서리 벽화 골목은 푸른 바다로 채워진 동화 같은 공간이다. 춤을 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 10경을 담았다. 영흥리 골목은 색색의 타일 벽화로 꾸몄다. 섬세한 손길로 표현한 바닷속 세상과 예쁜 꽃밭을 누빈다.

추자대교를 건너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두른 포토존이 있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 위로 한라산이 보이는 명당이다. 언덕을 내려오면 언어유희 건물이 반긴다. 낡은 어촌계 창고를 소통의 장소로 바꾼 ‘묵리 낱말고개’다. 건물 안에 수많은 글자가 겹겹이 쌓였다. 여행자도 자신만의 문구를 만들어 외벽 글자판을 장식해 볼 수 있다.

추자도에 차를 가져가려면 신양항을 이용한다. 광장에서 눈길을 끄는 ‘ㅊ’ 자 조형물은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다. 추자도, 최고, 최영 장군, 참굴비 등 섬이 품은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팔을 벌리고 여행객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추자도에서는 버스를 타면 섬의 여러 마을을 연결한다. 배차 간격이 길지만 닿는 곳마다 풍경이 아름답다. 추자도의 제주올레 18-1코스를 완주하려면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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