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언론 등 보도…관계 정상화 기대
CNN "이스라엘 장관, 양국 정상 만남 확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공개로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은 또 다른 걸프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지 불과 두세 달 만이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 이스라엘 등 외신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만남은 사우디 홍해 신도시 네옴에서 이뤄졌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인 요시 코헨 국장도 동행했다. 이와 관련 첫 보도가 나간 후 사우디 측은 만남 자체를 부인했지만 이스라엘 장관이 이번 만남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미 CNN방송 등은 전했다.
양 정상은 외교관계 수립이나 이란 문제를 논의했으나 실질적 진전은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최고위급 지도자의 만남 자체가 처음이라 지역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의 가장 신성한 장소가 있는 아랍 강대국(사우디)과 유대 국가(이슬라엘) 간 역사가 깊은 적대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땅을 강제로 점령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고 걸프만 아랍 국가들과도 관계가 단절돼 있었다.
그러나 앞서 지난 8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는 공식적인 관계를 수립했고 연이어 바레인과 수단도 이스라엘과 수교하면서 중동 정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우디 역시 조만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미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점차 가까워져왔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미국 매체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영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중동 분석가인 심리트 메이어는 "양국이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을 기다리면서,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아랍 전선을 구성하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이번 네타냐후의 방문 시기로 미뤄 짐작할 때 양국이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취임 전에 단일화된 입장을 도출해 차기 미 외교정책팀에 제시하고 싶어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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