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도 플라스마 20초간 유지…작년 기록 경신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계획에 중요한 전환점?
일본·유럽·중국보다 앞선 기술력 확인?
2050년 발전 실증 목표로 국제공동 프로젝트도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국산 핵융합에너지 실험장치 ‘케이스타’(KSTAR)가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하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KSTAR를 운영하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이번 기록이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위한 기술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핵융합연은 KSTAR연구센터가 서울대, 미국 콜롬비아대와 KSTAR 공동 실험에서 1억도 플라스마를 20초 이상 연속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기존 1억도 플라스마 운전의 세계 최고 기록으로, 지난해 KSTAR가 세웠던 8초를 2배 이상 늘린 성과다. KSTAR는 2018년 처음 플라스마 온도를 1억도로 높이고 이를 1.5초 유지한 이후 해마다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플라스마란 기체 물질에 강력한 열을 가했을 때 원자핵과 전자가 본래 입자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물질의 4번째 상태라고도 불리며,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99.9%가 플라스마로 이뤄져 있다. 플라스마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핵융합장치의 핵심이다.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발전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얻은 에너지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각각 바닷물과 리튬에서 추출할 수 있다.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폭발 같은 대형 사고 위험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발전 효율도 훨씬 높다. 핵융합연료 1g이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욕조 반 정도 분량의 바닷물과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만으로 한 가정에서 30년간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높은 기술 장벽이 바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것이다. 연료가 핵융합반응을 충분히 일으키려면 1억도가 넘는 플라스마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태양 중심(약 1,500만도)보다 7배나 높은 온도다. 수소 원자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나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초고온 플라스마는 자연 상태에서 지구에 존재하지 못한다. 때문에 KSTAR는 플라스마를 진공 상태의 특수 실험용기(토카막)에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두고 1억도 이상으로 가열한다. 이렇게 해서 플라스마를 1억도 이상으로 20초 동안 유지한 것이다. 비슷한 핵융합장치를 운영하는 일본과 중국, 유럽은 지금까지 0.5~10초 운전에 그쳤다.
핵융합연은 2025년까지 KSTAR에서 1억도 플라스마를 300초 이상 유지하는 단계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윤시우 핵융합연 KSTAR연구센터장은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물리적 변수들이 대부분 플라스마 온도가 1억도로 올라간 뒤 300초 안에 나타난다”며 “300초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 24시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과 다름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까지 와야 상용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윤 센터장은 “내년에는 30초까지 유지하고, 이후 설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2023년 50초, 2024년 100초, 2025년 300초를 차례로 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난관은 더 있다. 중수소보다 적은 삼중수소를 안정적으로 다량 공급하는 방법, 핵융합에너지를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핵융합발전 상용화까지는 워낙 기술적 난관이 많아 세계 각국은 독자 연구와 더불어 국제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해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하고 2050년대에 전기 생산을 실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KSTAR를 통해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ITER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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