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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출산의 아이러니

입력
2020.11.2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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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방송인 사유리씨가 SNS로 비혼출산으로 엄마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사유리 SNS 캡처

방송인 사유리씨가 SNS로 비혼출산으로 엄마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사유리 SNS 캡처

후지타 사유리(41)씨가 일본으로 가 비혼출산을 실현한 걸 두고 갑론을박이다. 그가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자발적 비혼모의 출산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정자 혹은 난자 채취 규정에 있는 ‘배우자 서면 동의’ 단서가 촉발한 논란인데, 배우자가 없으면 이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 사유리씨의 ‘불법’이란 표현은, 법률적 의미만은 아닐 테다. 대한민국에는 ‘법 위의 법’ 관습법이 존재하니까.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윤리 지침을 뜯어보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인공임신 시술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의 관행을 문제 삼으며 “법에도 없는 지침”이라고 공을 떠넘기지만, 누워서 침 뱉기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법적 공백을 방치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불법 여부 논쟁으로 흘렀지만, 이는 사유리씨가 던진 질문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비혼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왜 엄존하는지, 부부가 함께 낳아 길러도 전쟁이라는 출산과 육아를 굳이 비혼 상태에서 하려 하는지 그 이유 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답의 일단이 있다. 2030세대 6,350명에게 물어보니 ‘원하는 일을 유지하는 데 결혼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여성이 50%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답변이 40%였다.

□ 그러니 비혼출산을 결심하는 배경엔 ‘워킹맘’으로 ‘독박육아’는 물론 ‘시월드’의 서러움까지 견뎌야 하는 현실이 있는 것이다. 차라리 혼자라면 육아를 외면하는 배우자, ‘며느리 노릇’ 강요하는 시가에 느끼는 억울함은 없을 테니까. 심지어 한국은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임신을 중단할 권리마저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그 같은 가부장제, 가부장국가에 종말이 임박했음을 비혼출산을 고민하는 ‘신여성’들이 말해준다.

김지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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