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 州지사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무시
전국 주 상·하원 의원 200명 확진, 4명 사망
‘마스크 착용’은 이제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제1 수칙으로 자리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에도 공화당 소속 주(州)지사들마저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부류가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다. 이들은 미국 내 거침 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오히려 공중보건 조치를 제한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마스크는 정쟁 대상이 아니며 착용이 애국”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부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전국의 공화당 주의원들이 지역 내 마스크 의무 착용 법안에 반발할 뿐만 아니라 의사당 안에서 착용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6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수십명이 지침을 지키지 않아 20일 주 보건부에 진정까지 접수됐다. 의원들이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자유권 침해’다. 16일 연방상원에서도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의원이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의원으로부터 마스크 착용을 요청받자 ‘지시를 따르지 않을 자유’를 피력한 바 있다. 미 ABC방송은 “보수적인 일부 공화당 주의원들은 같은 당 주지사의 마스크 착용 강제 조치조차 무시할 만큼 통제 불능 상태”라고 전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통신에 따르면 이미 전국 주 상ㆍ하원 의원 중 200명 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미시시피주와 아칸소주 의회에선 각각 48명, 12명의 확진자가 나와 의회 집단 감염 1,2위의 불명예를 썼다. 오죽하면 스테파니 플라워스 아칸소주 상원의원은 마스크 규정을 위반하면 당일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고위험군도 적지 않다. 올해 87세인 공화당 소속 돈 영 연방 하원의원과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나란히 12,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지지율에 전혀 악영향을 주지 않아 의원들은 코로나19의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중 파급력이 강한 정치 지도자들의 특성상 이들의 마스크 거부 행태가 국민을 쉽게 선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화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중서부 지역은 최근 코로나19 급증세로 행정 기능이 마비 직전에 처했다. 17일 민간단체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노스다코다주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00만명당 18.2명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높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더그 버검은 그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극렬히 반대해온 인물이다. 인접한 사우스다코타주도 코로나19 사망률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주지사 크리스티 노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