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때 기지국 활용 아이디어 제안?
코로나19 초기부터 작동…K방역 주축?
외국은 개인정보 이슈로 도입 실패
"확진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속도보다 이를 추적하는 속도가 더 빨라야 합니다. 동선 파악이 중요한 이유죠."
변형균 KT 미래가치 태스크포스(TF) 상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하루도 마음을 놓고 쉬지 못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확진자 동선 추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확진자 숫자가 증가할 때마다 마음을 졸이며 더 정확한 확진자 추적 시스템 개발에 매진해왔다.
변 상무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4일인데, 그 기간 동안 기억에 의존하는 역학 조사는 신뢰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며 "특히 동선을 공개하기 꺼려하거나 확진 후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통신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 기지국 정보를 활용한 이용자 동선 추적 시스템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개발됐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 의심 환자 동선을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해 2, 3차 감염이 확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변 상무는 "확진자의 위치를 추적해 동선이 겹치는 접촉자들을 규명해서 빨리 격리를 시키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전국 수십만개 기지국에 휴대폰이 접속된 기록을 분석하면 이용자의 위치가 100미터 이내로 파악할 수 있다. 그때 KT의 제안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경찰 등 관계부처가 메르스 의심 환자 휴대폰 위치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당시 법상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용자 동의 없이도 휴대폰 위치정보를 활용할 근거를 마련했다. 2015년 16개 병원에서 186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38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를 교훈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방역당국은 곧바로 팬데믹(대유행) 상황에 대비했다. 변 상무는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곧바로 전문가들이 모여 방역 시스템 등을 논의했었다"며 "세계에서 K방역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수차례 코로나19 모범 국가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게이츠가 이끌고 있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KT에 3년간 12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의 이동 정보를 공개하는 점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특히 사기업인 이통사가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본다는 비판도 있었다. 변 상무는 "법이 정해준 규정 내에서 적법하게 처리하고 확실하게 폐기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우리처럼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려고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고 결국 수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방통위가 개인정보 남용 여부에 대해 이통사 실태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KT는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깜깜이 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이동 경로를 분석해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일 때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도 개발하고 있다.
변 상무는 "우리가 메르스 이후 방역 시스템을 마련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코로나19가 해결된 이후 K방역을 대거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이 시스템을 수익화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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